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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 (월)

사우디, 러시아 등 소수 산유국 극렬 저항…‘부산 플라스틱 협약’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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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일 오전 3시 부산에서 열린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정부간협상위원회(INC-5) 제5차 협상회의 본회의에서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 의장이 나이로비의 단도라 매립지에서 재활용한 플라스틱병 뚜껑으로 만든 의사봉을 내려놓으며 추후 회담 재개를 알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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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협상회의(INC-5)가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무산됐다. 정부간협상위는 내년 추가 회의를 열어 관련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 의장은 애초 기한을 넘겨 2일 새벽 3시까지 이어진 마지막 전체회의에서 “쟁점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추후 5차 협상위를 재개해 협상을 마무리 짓기로 전반적인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 문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것은 고무적이지만, 소수의 쟁점이 완전한 합의를 이루는 것을 막고 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전 지구적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한다는 목적으로 2022년 3월 170여개국이 법적 구속력 있는 합의를 마련하기로 하고 지금까지 이어온 노력은 결실을 보지 못했다. 회원국들은 지난 2년간 네 차례 협상회의를 진행했고 부산 회의가 마지막 자리였다.



회의의 쟁점은 화석연료에서 추출한 플라스틱의 원료인 1차 폴리머의 생산 규제 여부였다. 또 유해 플라스틱과 화학물질을 퇴출할지, 협약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을 어떻게 할지 등이 쟁점이었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 25일부터 부산에서 열린 5차 협상위에서 발비디에소 의장은 회의 첫날 애초 70여쪽이었던 협약 문안을 20여쪽으로 줄인 3차 초안(비공식 문서)을 협상의 기초로 삼기로 제안했고, 최대 플라스틱 생산국인 중국이 예상보다 전향적 태도를 보이면서 협상이 순조로울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을 비롯한 산유국이 플라스틱 생산 규제를 극구 거부하면서 협상이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발비디에소 의장이 1일 제시한 5차 초안은 4차 때보다 더 선택지가 늘어나는 등 당사국들의 의견이 절충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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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부산에서 열린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정부간협상위원회 제5차 협상회의(INC-5)에서 가나의 수석대표인 샘 아두쿠미(왼쪽)가 기자회견을 열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국제 환경단체 가이아(GAIA)의 라틴 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지역 제로 폐기물-플라스틱 고문인 알레한드라 파라.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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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는 생산 규제가 포함되는 것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였고, 러시아의 경우 모든 국가가 수용할 수 있는 조항에 집중하자는 논리를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협약 체결 뒤 첫 당사국 총회 때 1차 폴리머의 생산을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줄일 지구적 목표를 담은 부속서를 채택하자’는 조항을 지지한 국가는 100여곳에 달했다. 단 플라스틱 제품의 디자인과 폐기물 관리, 협약 이행과 효과성 제고 방안 등에 대해선 상당한 의견 수렴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는 내년 새로운 추가 회의(INC-5.2)를 열어 협상을 이어가게 된다. 이번 부산 회의엔 전 세계 178개 유엔 회원국 정부 대표단과 31개 국제기구, 산업계·시민단체·학계 등 이해관계자 등 3천여명이 참석했다. 개최국인 한국은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김완섭 환경부 장관을 비롯해 관계부처 대표단이 참석했다.



그린피스의 글로벌 플라스틱 캠페인 리더인 그레이엄 포브스는 “각국 정부 대표단은 다음 회의에서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위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 목표와 실질적 조치를 포함한 효과적인 협약을 도출해야 한다. 소수의 국가와 화석연료 및 석유화학 업계가 전 세계 대다수 국가의 노력을 가로막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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