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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출생과 사망 기록은 국가 공동체가 관리하는 가장 기초적인 통계다. 시민의 ‘존재’를 셈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일하려고 들어온 외국인도 국가는 똑같은 시민으로서 대우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나라의 가장 위험한 노동을 감당하고 있는 144만명의 이주노동자 중 한해 사망자는 몇명일까?
촘촘한 기록과 행정의 나라 대한민국의 어느 문서에서도 이를 정확히 확인할 순 없다. 한국 사회는 이들이 어떻게 일하고 다치고 병들어 죽음에 이르는지 모른다. 알려고 하지 않는다. 기록 없이 ‘암장’된 죽음들 앞에 우리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있다.
고용허가제 시행 20년을 맞아 한겨레는 이주노동자의 감춰진 죽음과 그 이후 장례, 남겨진 사람들, 송출국의 현실을 추적했다. 위험하고 폭력적인 일터, 열악한 삶과 사회안전망의 부재, 은폐와 사기, 애도의 부재와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무신경 등 눈치채지 않으려 했던 이주노동의 거대한 그림자가 타래처럼 끌려 나왔다.
평소 건강 상태를 고려해 연령을 맞춰 분석한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 사망률이 한국 국적 노동자에 견줘 최대 3.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공개한 ‘이주노동자 사망에 대한 원인 분석 및 지원 체계 구축을 위한 연구’(이하 연구, 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등)를 1일 보면, 연령분포를 통제해 2018∼2022년 근로복지공단 산재사망 정보를 분석한 결과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 사망률은 한국 국적 노동자에 견줘 2.3∼3.6배 높았다. 연령을 고려하지 않은 경우 1.7~2.2배 정도 사망률이 높은 것에 견주면 한층 더 격차가 벌어지는 셈이다. 이주노동자 산재 사망률이 한국 국적 노동자보다 높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졌지만, 연령대별 사망 규모를 고려한 차이가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령대를 고려해 산재 통계를 분석한 이유는 이주노동자가 ‘젊고 건강한’ 상태로 한국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의 죽음에는 그만큼 한층 가혹한 노동환경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2022년 기준 산재보상보험법 적용 사업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가운데 40대 이하는 62.5%로, 한국 국적 노동자(39.2%)에 견줘 그 비율이 1.5배에 이른다. 2022년 전체 산재 사망자 가운데 40대 이하는 24.2%였는데, 산재로 사망한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가운데 40대 이하는 85.6%에 달했다.
갑자기 사망하는 ‘돌연사’가 많다는 점도 눈에 띈다. 최근 5년 삼성화재 외국인 상해보험의 사망보험금을 받은 사망 이주노동자 277명 가운데 23.8%가 돌연사였다. 돌연사의 경우 과로 등 업무환경으로 인한 죽음임을 증명해야 하는 터라 한국인도 산재 인정을 받기 쉽지 않다. 연구에 참여한 류현철 일환경건강센터 이사장은 “장시간·고강도 노동이 일상인 이주노동자 현실을 본다면, 거의 대부분 산재에 해당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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