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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 (월)

[김병기 ‘필향만리’] 仁者 其言也訒(인자 기언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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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칼날 인, 벨 인’이라고 훈독하는 ‘刃’은 ‘칼 도(刀)’ 옆에 점(丶 )을 찍음으로써 서슬 퍼런 칼의 예리한 기운을 나타낸 글자이다. ‘刃+心’으로 이루어진 ‘忍(참을 인)’은 ‘마음에 칼날을 들이댄 양 경계하여 나쁜 방향으로 치달리려는 마음을 참는다’는 뜻이고, ‘言+刃’으로 구성된 ‘訒(말 참을 인)’은 ‘입에 칼을 겨눠서라도 말을 참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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仁: 어질 인, 訒: 말 참을 인. 어진 사람은 그 말하는 것을 참는다. 23x68㎝.


“말하기 좋다 하고, 남의 말을 말 것이/ 내가 남의 말 하면, 남도 내 말 하는 것이/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까 하노라.” 김천택이 엮은 『청구영언』에 수록된 작자 미상의 시조다. ‘말’자를 아홉 번이나 반복한 익살스러운 표현 안에 큰 교훈이 담겼다. ‘구시화문(口是禍門)’ 즉 ‘입이 재앙을 부르는 문이다’는 말이 있다. “만언만중 불여일묵(萬言萬中 不如一黙)”, 즉 “만 마디 말을 하여 만 번 다 적중하더라도 한 번의 침묵만 못 하다”는 말도 있다. 말을 참을 줄 알아야 어진 사람이고, 어진 사람은 산처럼 무거운 믿음을 준다. 그래서 ‘인자요산(仁者樂山: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이다. 나만 아는 비밀스런 표현으로 말조심을 다짐하기 위해 벽에 검둥개 사진을 한장 붙여보자. 침묵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黑(검을 흑)+犬(개 견)=黙(침묵 묵). 검둥개는 침묵이다. 呵呵.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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