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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더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선수로 거듭나겠다."
큰 시련과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실력은 변하지 않았다. 세계 2인자의 모습으로 돌아오자 링크에서도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그는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잘 처신하겠다"며 용서를 구하고 변화를 다짐했다.
미성년 후배와 애정 행위로 논란을 빚었던 20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리스트 이해인(19·고려대)이 빙판 복귀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미디어와 팬들에게 새로운 각오를 알렸다.
이해인은 지난 1일 경기도 의정부 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24 KB금융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회장배 랭킹대회 겸 국가대표 1차 선발전(랭킹전)'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67.04점, 예술점수(PCS) 63.18점으로 합계 130.19점을 기록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받은 점수 60.45점을 합쳐 총점 190.64점을 기록, 5위를 차지했다.
이해인은 쇼트프로그램에선 마지막 점프인 트리플 플립을 시도하다가 크게 넘어지는 등 실전 감각 저하가 눈에 보였으나 프리스케이팅에선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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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 7개를 모두 무난히 소화했다. 쿼터 랜딩(점프 회전수가 90도 이하로 부족한 경우) 판정과 에지 사용 주의 표시 등이 나오긴 했지만 넘어지지 않고 착지 등에서 제 기량을 발휘했다. 여자 피겨 선수 중 점프가 가장 안정적이고 기술 완성도가 높은 면모를 무난히 발휘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첫 점프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수 10.10)를 안정적으로 착지하며 수행점수(GOE) 1.18을 얻은 그는 트리플 살코(기본점수 4.30), 트리플 플립-더블 악셀-시퀀스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수 9.46), 트리플 러츠(기본점수 6.49), 더블 악셀(기본점수 3.63) 등 5개 점프에서 GOE 가산점을 얻었다.
스텝 시퀀스와 플라잉 체인지풋 콤비네이션 스핀, 체인지풋 콤비네이션 스핀 등은 최고난도 레벨 4는 아니었지먼 레벨3를 받으면서 향후 완성도 높이기를 알렸다.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마무리한 뒤엔 두 팔을 번쩍 치켜들면서 만족을 표시했고, 키스앤드크라이존에선 자신의 총점 190.64점을 듣고 입을 벌리면서 웃고 손을 흔들었다.
이해인은 최근 한국 여자 피겨를 대표하는 선수 중 하나다. 특히 지난해 2월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열린 2023 ISU 4대룩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지난 2009년 김연아 이후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여자 싱글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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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한 달 뒤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2023 ISU 세계선수권에선 2013년 김연아 이후 한국 선수로는 2번째로 세계선수권 메달(은메달)을 획득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이해인의 피겨 인생을 올해 송두리째 뒤바뀌었다.
그는 지난 5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국가대표 전지훈련 기간 숙소에서 술을 마셨다. 또 미성년자인 이성 선수를 숙소에 불러 성적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3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해인은 전면에 나서 상대 선수와 연인 관계였고, 성적 행위도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신청한 재심의가 기각되자 법원에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서울동부지법이 지난달 12일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이번 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징계처분무효확인 본안 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다.
복귀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해인은 미디어 앞에서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읽어내려간 뒤 질문에도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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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가족의 사랑, 팬의 응원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었다. 지난 시간은 정말 힘들고도 값진 배움의 시간이었다. 이번 복귀전은 단순한 하나의 경기가 아니라 새로운 각오의 출발점"이라면서 "더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선수로 거듭나겠다. 국가대표라는 소중한 자리를 다시 얻어 그 무게를 온전히 짊어지는 선수가 되겠다. 나를 끝까지 믿어 주신 팬 여러분께 드리는 진심 어린 사죄의 첫걸음"이라고 했다.
이번 사건으로 피겨 선수가 아닌 사람으로 배우고 느낀 점도 많았음을 털어놨다.
이해인은 "두 번 다시 똑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잘 처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해인은 법원의 가처분 인용 판결 때도 얼음 위에서 훈련 중이었다. "솔직히 그냥 받아들이고 살아가야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인용 소식을 들었을 때 나도 모르게 너무 (감정이) 북받쳐서 너무 서럽게 울었다"는 그는 "그 와중에도 훈련 시간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끝까지 열심히 스케이트를 탔다"며 선수로서 할 일에 집중했음을 알렸다.
아직 본안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이해인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출전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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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도 언젠가 올림픽 무대에 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지 이제 올림픽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빙판에 등장할 때나 구성요소 하나하나를 수행할 때마다 터져 나온 팬들의 환호와 박수를 모두 또렷하게 들었다는 이해인은 "선수들은 보통 긴장해서 함성이나 응원 등 외침을 잘 못 듣는데, 오늘은 팬들과 눈을 맞추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이해인은 비록 200점대는 아니었지만 190점대를 찍으면서 자신의 건재를 유감 없이 발휘했다. 이해인 스스로도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솔직히 기대하지 못했다. 열심히 한 만큼 조금이라도 더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마음으로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했다"며 "하나하나 잘 풀렸고, 좋은 점수가 나와서 너무 기뻤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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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증세 등이 밀려오는 가운데서도 자신의 결백 주장을 지지해준 많은 팬들이 링크 위에서 100% 기량 발휘 토대가 됐다며 연신 감사를 전했다.
이해인은 이번 소송으로 대한빙상경기연맹과 대립 구도로 비치는 것에는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그는 "연맹과 갈등하려던 게 절대 아니다. 개인적으로 억울하고 답답한 부분을 바로잡고 싶었던 마음이었을 뿐"이라며 "빙상 발전을 위해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연맹과 더 성숙한 자세로 긍정적인 관계를 만들어 가고 싶다. 팬분들과 빙상계 관계자에게도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죄했다.
이해인은 이번 대회 5위를 차지하면서 국제대회에도 복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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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에선 여자 싱글 3명에게 내년 2월 4대륙선수권 출전권이 주어진다. 다만 ISU 규정에 의해 2007년 7월1일 이후 출생자는 시니어 무대에 출전할 수 없어 4대륙선수권 출전권이 배정되지 않는다.
이날 여자 싱글에선 2위를 차지한 신지아(203.68점)와 3위에 오른 김유성(199.11점)이 각각 2008년과 2009년생으로 아직 주니어 대회에만 출전할 수 있다.
이해인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김채연(213.51점), 4위 윤아선(193.44점)과 함께 4대륙선수권에 태극마크를 달고 나서게 됐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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