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이란 등 시선 멀어진 사이
8년 만에 공항·도심 등 점령
수년 만에 ‘중대 변화’ 이끌어
정부군 “재정비 후 반격할 것”
지난달 30일(현지시간) AP통신·알자지라에 따르면, 전쟁 감시 단체 ‘시리아 인권 관측소’는 시리아 반군 중 가장 규모가 큰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이 이날 시리아 알레포를 점령했다고 전했다. 반군도 자신들이 알레포를 비롯해 이들리브, 하마 등 3개 도시와 마을을 점령했다고 밝혔다. 반군이 정부 기관, 교도소, 알레포 국제공항과 같은 주요 시설과 마을 수십개를 확보하고, 수도로 연결되는 고속도로에 접한 전략적 요충지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군은 공항, 경찰서, 도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알레포 성채 등에서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이들이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포스터를 떼어내 밟고 불태우는 장면이 담겼다. 반군은 알레포에 지난달 30일 오후 5시부터 24시간 통행금지를 선포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HTS는 다른 군소 무장조직과 힘을 합쳐 병력 수천명을 동원해 공세를 벌였다. 이들은 두 갈래로 나뉘어 알레포와 이들리브로 진격했으며, 공세 4일 만에 이와 같은 성과를 올렸다. AP는 “반군은 정부군의 반격에 거의 부딪히지 않고 이동했으며, 수년 동안 계획된 공세로 보인다”고 전했다.
시리아 반군이 알레포를 탈환한 건 8년 만이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반군에게 알레포를 빼앗긴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이날 밤 “테러리스트에 맞서 안보와 영토를 지키겠다”며 공세가 아무리 강해지더라도 물리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리아 정부군도 “알레포에서 병력을 임시 철수했다. 반격을 준비하며 방어를 강화하기 위해 군을 재편성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정부군이 후퇴하거나 이탈했다는 보도를 반박하며 “알레포와 이들리브 전선에서 여러 방면으로 광범위한 공격이 시작됐고 100㎞ 넘는 지역에서 충돌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날 알레포 탈환은 시리아 내전에서 수년 만의 가장 급격한 국면 변화로 평가된다. 시리아에선 2011년 내전이 발발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군이 2015년 승리하는 것으로 일단락되긴 했으나 완전히 끝나지는 않았다. 알레포는 2016년에도 수개월 동안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당시 반군은 알레포를 점령했으나 러시아, 이란 등의 지원을 받은 정부군의 공세에 밀려났다. 반군은 2017년 하마 탈환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알레포도 혼란에 빠진 것으로 전해진다. 뉴욕타임스(NYT)는 목격자들 말을 인용해 “알레포는 거의 정지 상태에 빠졌고, 많은 주민이 두려워 실내에 머물렀다. 반군 대원을 환영하고 껴안은 주민도 있었고, 일부 반군은 주민을 안심시키려 하며 빵을 나눠주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알아사드 정권을 비호하는 러시아, 이란, 헤즈볼라 등이 각자 전쟁 때문에 시리아 상황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는 틈새로 반군이 공세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군이 공세를 시작한 지난달 27일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휴전이 발효된 날이기도 하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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