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응원 서울 프로젝트 시즌2’ 사업으로
“출생률 정책 접근은 참가자 ‘대상화’” 할 뿐
서울시가 지난 23일 반포한강공원 세빛섬에서 개최한 미혼남녀 만남 행사 ‘설렘 인 한강’ 에 미혼남녀 100명이 앉아 있다. 서울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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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남녀의 만남을 주선하고 커플이 된 이들에게 상품권을 제공하는 사업이 서울시의 공식 ‘저출생 대책’이 된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열린 미혼남녀 만남 지원 사업 ‘설렘 인(in) 한강’은 내년부터 ‘탄생응원 서울 프로젝트 시즌2’ 사업 중 하나로 수행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탄생응원 프로젝트 87개 사업 중 하나로 미혼남녀 만남 주선 사업을 넣어놨다”고 말했다. 탄생응원 서울 프로젝트는 ‘서울형 키즈카페’ 등 시의 공식 저출생 대책을 엮은 정책 패키지다.
서울시는 당초 ‘설렘 인 한강’이 사기업인 우리카드가 비용을 전액 후원한 행사로 시의 공식 저출생 대책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지난해 저출생 문제의 본질을 짚어내지 못하는 행사라는 비판에 시 예산을 들여 기획한 ‘청년만남, 서울팅’이 무산된 이후 1년 만에 선보이는 만남 주선 사업이었던 탓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셈이다.
하지만 올해 100명을 모집한 행사에 3000명이 넘는 인원이 지원하는 등 사업이 인기를 끌자 입장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행사 이후 보도자료를 내 “27쌍의 커플이 성사돼, 매칭률 54%를 기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시 행사처럼 최근 기업과 종교단체, 지자체 등에서 미혼남녀 만남 주선 행사가 잇따르는 가운데, 정부나 지자체가 ‘출생률 재고’ 차원에서 행사를 기획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인기 유무와 상관없이 저출생 대책이라는 정책의 하나로 행사가 기획된다면, 참가자는 정책의 대상자로 대상화가 되고 매칭률은 성과 지표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며 “젊은이들은 만남 주선 행사를 ‘플래시몹’ 같은 일종의 놀이 혹은 게임으로 가볍게 접근하는데, 지자체에서는 너무 무겁게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다만 내년에도 시 예산은 들이지 않고, 기업 후원을 받아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행사를 후원하겠다는 기업들의 문의가 여럿 있었다”고 말했다.
저출생 상황에서 최근 출생률을 높일 수 있는 혼인 관련 사업에 지원하는 것을 사회공헌과 윤리경영 활동의 일환으로 인식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모 기업은 올 8월 광화문 인근 기업·기관의 3040 미혼 남녀 만남 행사를 알리며, 이를 봉사하고 새로운 인연도 찾을 수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이라고 홍보한 바 있다. 연애를 넘어서, 영농철에 지역 일손을 돕는 활동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지만, 미혼 남녀 만남 행사를 ESG 활동으로 묶는 것은 올바른 방향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저출생이 심각하다 보니 기업이 이런 행사를 후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를 ESG와 연결하면, 기업이 정말 필요한 활동은 하지 않는 등 ESG 활동에 왜곡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지자체는 중매 중]서울시 다시 미혼남녀 소개팅, ‘서울팅’의 기출 변형?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10300600001
☞ ‘만남·결혼 주선’ 맛들린 지자체들…여성 참가자 없어서 ‘공무원 차출’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329368?sid=102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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