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ETF 상장 이후 한 달 수익률/그래픽=윤선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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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밸류업 ETF(상장지수펀드)가 상장 이후 한 달 동안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부 ETF는 코스피 지수보다 성과가 저조했다. 밸류업(기업가치 제고)과의 연관성보다는 반도체 등 특정 업종에 치우친 종목 구성으로 코스피 지수와의 차별화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밸류업 ETF 12종의 상장 이후 한 달(11월4~29일) 수익률은 평균 마이너스(-) 5.07%를 기록했다. 이 중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패시브형 9종의 수익률은 평균 -5.4%로 이 기간 코스피 지수(-5.14%)를 하회하는 성과를 거뒀다.
패시브형 중에서도 토탈리턴(TR) 지수를 추종하는 SOL 코리아밸류업TR의 수익률이 -5.72%로 가장 낮았다. 일반 지수 추종 ETF 중에서는 5.65% 하락한 TIGER 코리아밸류업의 성과가 가장 저조했고 KOSEF 코리아밸류업이 -5.17%로 그나마 선방했다.
밸류업 ETF는 기업가치 제고 우수기업에 대한 시장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상품이다. 금융당국이 국내 상장사 중 수익성, 주주환원, 시장평가, 자본효율성 등이 우수한 기업을 대상으로 밸류업 지수를 구성했고 자산운용사들은 이를 토대로 ETF 상품을 개발해 지난 4일 일제히 시장에 선보였다.
하지만 기존 코스피 지수와의 차별화에 실패하면서 수익률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낙폭이 컸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중이 높아 코스피 지수 대비로도 성과가 낮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 패시브형 밸류업 ETF의 종목 구성 비중은 SK하이닉스가 약 14.4%, 삼성전자가 약 11.8%로 두 종목을 합쳐 26.2%의 비중이다. 현재 코스피 지수 내 삼성전자(16.6%)와 SK하이닉스(6%)의 비중을 합한 것보다 3.6%포인트 높다. 지수 내 비중이 가장 높은 SK하이닉스의 경우 이 기간 17.58% 하락하며 ETF 수익률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지난 9월 밸류업 지수를 발표하면서 최근 1년 수익률이 12.5%로 코스피200 수익률(4.3%)을 3배 가량 상회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역시 같은 기간 SK하이닉스가 44.75% 상승한 영향이 컸으며 기업가치 제고로 인한 상승효과는 아니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을 줄인 밸류업 액티브 ETF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냈다. TRUSTON 코리아밸류업액티브는 상장 이후 2.37% 하락하며 12개 종목 중 가장 성과가 좋았다. KB금융 비중이 6.2%로 가장 높고 현대차2우B가 5.9%로 그 다음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은 각각 4.87%, 4.6% 정도다.
액티브 명가로 꼽히는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역시 상장 이후 -4.73% 수익률로 기초지수 대비 양호했다. TIMEFOLIO 코리아밸류업액티브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중은 각각 8.85%, 8.51%로 낮췄다. 반면 현대차, 기아, 신한지주, KB금융 등 주주환원 기대감이 큰 종목들을 6~7%씩 비중으로 담았다.
밸류업 ETF의 활성화를 위해 2000억원 규모의 밸류업 펀드를 지난 21일부터 집행하기 시작했지만 수익률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진 못했다. 밸류업 펀드는 한국거래소, 한국증권금융, 한국예탁결제원, 금융투자협회, 코스콤 등 증권 유관기관들이 자금을 모아 조성했다. 추가로 3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지만 수급만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거래소는 밸류업 지수의 신뢰도를 높이고 시장 지수와의 차별화를 위해 다음 달 구성종목 특별변경을 실시할 예정이다. 최근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 개선이 이슈인 만큼 지배구조가 양호한 종목 위주의 구성이 차별화의 핵심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대신증권 분석에 따르면 밸류업 지수 내에서도 G(지배구조) 점수가 높은 종목들의 성과가 더 양호했다. 대신증권은 밸류업 지수에 편입된 100개 종목을 G점수에 따라 5개 그룹으로 분류했다. 밸류업 지수가 발표된 9월24일부터 11월26일까지 수익률을 살펴본 결과 G점수가 가장 높은 종목으로 구성된 그룹은 3% 상승한 반면 G점수가 낮은 그룹은 8.3% 하락했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배당,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은 G점수에 반영되며 G점수가 낮은 취약 기업은 변동성이 더 확대될 것"이라며 "밸류업 투자 시 지배구조로 차별화한 포트폴리오는 불확실성과 변동성 속에서도 중장기 투자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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