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트에 끼어 숨진 60대 남성…재판서 드러난 인재[사건의재구성]

단신 보도에 그쳤던 사망 사고…알고 보니 '인재'

"위험한 현장 상황에 대한 관리·감독 없었다"

ⓒ News1 DB

영등포 오피스텔 공사장서 자동차 리프트 끼임 사고…60대 남성 숨져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지난해 6월 발생한 한 사망 사고 기사 제목이다. 당시에는 서울 영등포구 한 오피스텔 신축 공사장에서 60대 남성이 자동차 리프트 장비와 벽 사이에 끼어 숨졌다는 내용의 단신으로만 다뤄진 사건이다. 하지만 최근 재판 결과 해당 사고는 인재로 드러났다.

지난해 6월 22일 오전 7시 30분쯤 문 모 씨(60·남)는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3가 소재 오피스텔 신축 공사 현장에서 기계식 주차 타워 스프링클러 배관 설치 작업 중 사망했다. 작업 중 리프트가 작동돼 리프트의 균형추가 올라가면서 해당 공간에 설치된 작업 발판 위에 있던 문 씨는 균형추와 벽면 사이에 끼는 변을 당했다.

이 과정에서 누구도 공사 현장의 위험을 관리·감독하지 않았다. 주차 타워 내부의 밀폐된 공간, 리프트 작동 시 인접한 작업자가 다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이에 대한 안전 조치 없이 리프트의 균형추 이동 공간에 발판을 설치하고 작업하도록 했다.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인재였던 셈이다.

결국 공사 업체 경영자인 김 모 씨(61·남)와 공사 현장 소방설비 설치 작업을 하던 건설현장 소장 이 모 씨(75·남)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과실 치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달 11일 각각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또 해당 업체 측에는 벌금 1500만 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해 결과가 중하고, 피해자의 유족들이 피고인들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피고인들이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는 점, 보험금 등의 지급을 통해 피해자의 유족들에게 피해 회복이 일부 이뤄졌고,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위해 8000만 원을 형사공탁했으며, 근로자재해공제 등을 통해 추가 피해 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피고인들이 초범이거나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도 고려됐다.

한편, 피해자인 문 씨와 함께 현장에서 일했던 왕 모 씨(58·남)도 같은 혐의로 기소됐지만 무죄를 선고받았다. 왕 씨는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리프트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문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왕 씨는 망치가 필요하다는 피해자 말에 이를 가지러 간다는 말을 두 차례 하고 리프트를 조작해 내려간 것으로 조사됐다. 왕 씨가 리프트를 조작하기 직전 문 씨는 사고가 발생한 벽면 발판 위에서 작업을 하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왕 씨는 "리프트를 타고 내려가는 도중에 문 씨가 균형추가 움직이는 공간에서 작업을 하리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왕 씨가 사고가 발생할 것을 예견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Ktige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