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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잠 못 드는 사람, 회장·CEO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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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판 중대재해법 책무구조도 들여다보니


은행에서 금융사고가 나면 행장은 물론 금융지주 회장에게까지 책임을 물릴까?

물론 사안의 경중을 따져봐야 하겠지만 해당 CEO가 어쨌든 긴장할 수밖에 없는 제도가 만들어졌다. 책무구조도다. 대표는 물론 금융사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별로 내부통제·위험관리 책무를 배분한 내역을 기재한 문서다. 특정 사건이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지도처럼 만들어야 한다 해서 ‘구조도’라는 이름을 붙였다. 내년 1월 2일 전까지는 시범 운영 기간으로 금융지주회사 9개, 은행 9개 등 총 18곳이 참여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발생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면책하기로 하면서 주요 금융사가 대거 책무구조도를 제출했다.

책무구조도 왜 등장?

‘책임 떠넘기기’ 방지

책무구조도가 등장한 이유는 금융사 내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동안 법적 근거가 없어서 누구 책임인지를 두고 공방이 잦았기 때문이다. 일례로 한때 금융지주 회장, 은행장 등이 인사 청탁 사건에 휘말려 법정에 서야 했을 때가 있다. 그 책임을 인사 담당 실무자와 해당 임원까지만 묻는 것으로 끝난 사례가 있었다. 당시 ‘지시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실무자만 처벌받는 것은 부당하다’라는 여론이 일었다. 이처럼 ‘책임 떠넘기기’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 개정안 취지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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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회사 어떤 내용 담았나

이사회 산하 내부통제위 설치해야

책무구조도는 사실 각 금융사마다 사정이며 조직 체계가 다 달라서 ‘정답(?)’은 없을 수 있다. 그리고 아직 시범 운영 기간이라 각 금융사가 제출한 책무구조도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다만 공통적으로 일단 임원의 직책별 책무체계를 일괄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책무체계도’, 여기에 더해 임원별로 책무의 상세 내용을 기술한 ‘책무기술서’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은 확실하다. 책무체계도와 책무기술서를 합치면 책무구조도가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책무구조도상 관리 조치를 소홀히 한 책임자인 대표이사에게 ▲해임 요구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을 내릴 수 있다”며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에 따른 대표이사 등의 내부통제 등 총괄 관리의무(지배구조법 제30조의4) 위반과 임원의 내부통제 등 관리의무(지배구조법 제30조의2) 위반 등 개정된 지배구조법을 따른다”고 소개했다.

여기에 더해 이사회 의장에게까지 책임 소재를 따질 수 있게 책무구조도는 좀 더 구체적으로 설계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취임 당시부터 금융회사 이사회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는가 하면 금융위원회 역시 올해 7월 내놓은 ‘책무구조도 등 개정 지배구조법령 해설서’에서 이사회 의장에게도 책무를 배분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사회를 약식으로 열었는지, 과반수 찬성이 안 나왔는데도 의사 결정을 했는지 등에 대해 이사회 의장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통상 금융지주 회장, 은행장, 금융사 사장 등에게만 책임을 명확히 물릴 것으로 알려진 데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더불어 이사회 내 소위원회로 내부통제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도 이전과 달라진 점이다. 내부통제위원회는 작성된 책무구조도를 심의·의결하는 기능을 한다.

이 밖에도 해설서는 ‘대표이사 등은 내부통제 등 총괄 관리의무를 부여받으므로 내부통제 총괄 관리 조치를 해야 하며 관리 조치의 내용과 결과 등을 이사회에 보고해야 한다.’ ‘책무를 배분받은 임원은 소관책무와 관련해 내부통제 등 관리의무를 부여받으므로 내부통제 등 관리 조치를 해야 하며 관리 조치의 내용과 결과 등을 대표이사 등에게 보고해야 한다.’ 등 특정 사건이 발생했을 때 ‘보고의무’를 강조하고 있다.

잘 정착할까

시범 운영 기간 두고 컨설팅

책무구조도를 두고 금융감독당국과 금융사 간 온도 차는 있다.

특정 사건이 벌어졌을 때 금융당국이 CEO에게 책임을 묻기 원해 이런 제도를 만들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반면 금융사는 최대한 ‘CEO 보호’에 초점을 맞춘 모양새라고 외부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개별 책임과 권한을 임직원 중심으로 설계했기 때문이다.

감독당국도 이런 ‘시각차’를 좁히려는 노력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범 운영 참여 회사에 대한 컨설팅 제공을 위해 감독·검사업무 유관부서가 참여하는 실무작업반을 구성했다. 실무작업반은 제출된 책무구조도를 기초로 법령상 정정·보완 사유, 책무 배분의 적정성 등에 대한 점검·자문 등을 수행하고 연내 각 금융회사에 피드백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금융감독당국은 내년 7월 책무구조도 제출 대상인 금융투자업, 보험업 등의 준비 상황을 살펴보면서 시범 운영 실시 확대도 검토할 예정이다.

논란은 없나

징벌에 초점…금융위 “오해”

“책무구조도 도입, 금융사고 예방과 관련한 금융회사의 노력과 역할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금융당국이 책무구조도를 내부통제 위반 또는 금융사고에 대한 제재 수단으로만 인식하거나 활용해서는 안 된다.” (김시목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내부통제 제도는 제재보다는 예방에 핵심이 있다. 임원에게 법 위반을 방지할 수 있는 최선의 내부통제 체제를 구축하고 운영할 인센티브를 주는 데 목표가 있어야 한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공인회계사회, 한국증권학회가 최근 개최한 ‘금융기관의 책무구조도 도입과 내부통제 체제’ 정책심포지엄에서 나온 얘기다.

책무구조도가 지나치게 ‘징벌’ 위주로 설계될 것이 아니라 예방과 인센티브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성구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책무구조도에 근거해 책무를 적정히 수행한 임원의 책임을 면책하는 선례를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책무구조도의 성공적인 정착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당국 역시 ‘제재’ 일변도로 가지는 않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은 특정 사건이 벌어졌다 해도 책무구조도 지침에 따라 ‘상당한 주의를 다했을 경우 책임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는 입장이다.

이형주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은 “책무구조도란 사후적인 책임을 묻는 수단이 아니라 사전적으로 어떤 노력을 누가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한, 책임보단 책무에 가까운 개념”이라며 “금융권 불안감·어려움을 완화하고자 설명회를 개최하는 동시에 금융권의 질의 사항에 대한 해설서를 배포하고 내부통제 제재 지침을 미리 공개하는 등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6호 (2024.11.27~2024.12.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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