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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남들 훨훨 나는데…셀트리온 주가는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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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던스’ 신기루였나…믿은 개미들만 발목


한국 증시가 부진에 빠진 가운데 예외 섹터도 있다. 바이오 얘기다. 국내 바이오·제약 종목 72개로 구성된 KRX 헬스케어 지수는 11월 20일 기준 3654.9로 6개월 전 3184.3 대비 15% 가까이 올랐다. 하지만 국내 대표 바이오 업체 중 하나인 셀트리온 주가는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KRX 헬스케어 지수가 상승한 같은 기간 셀트리온 주가는 19만3000원에서 17만1400원으로 11.1% 떨어졌다. 증권가도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11월 들어 DS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등이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증권가에서는 셀트리온이 제시한 신약 매출 가이던스와 실적 간 괴리율이 상당해 시장 신뢰도를 잃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매경이코노미

짐펜트라 제품 이미지. (셀트리온 제공)


‘짐펜트라’ 뚜껑 열어보니

가이던스 또 ‘空言’이었나

2024년 3분기 셀트리온 실적 발표에서 가장 주목받은 건 단연 ‘짐펜트라(램시마SC)’ 성과다. 짐펜트라는 자가면역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피하주사(SC) 제형이다. 202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짐펜트라 판매를 승인했고, 2024년 3월부터 본격 판매에 돌입했다. 셀트리온은 짐펜트라를 연간 매출 1조원 이상을 가져올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기대한다. 제시한 가이던스에도 기대감이 반영됐다. 셀트리온은 지난 3월 짐펜트라를 미국 시장에 판매하며 2024년 연간 매출 2500억원, 2025년 매출은 이보다 4배 많은 1조원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상황은 기대와는 살짝 다르다. 셀트리온이 밝힌 3분기 매출은 64억원. 증권사들이 제시한 짐펜트라 3분기 매출 전망치(500억~900억원)를 크게 밑돌았다. 직전 분기 매출도 22억원에 불과해 현재 누적 매출은 88억원 수준이다. 연간 매출 가이던스 달성을 위해서는 4분기 2400억원 이상 매출이 필요한데,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 목소리다. 증권사도 2024년 짐펜트라 매출 전망치를 급하게 낮추고 있다. 당초 2024년 2000억원 매출을 내다본 키움증권은 최근 50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짐펜트라 기대감은 낮아질 대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2025년 전망치도 줄줄이 하향 조정됐다. 현재 실적만 놓고 보면 회사 측이 제시한 가이던스(2025년 1조원)를 믿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키움증권은 당초 5600억원을 예상했지만, 최근 리포트에서 2250억원으로 낮춰 잡았다. 한국투자증권도 마찬가지다. 7409억원에서 2634억원으로 전망치를 수정했다. 특히 회사 측 가이던스와 동일하게 2025년 짐펜트라 매출 1조원을 전망했던 미래에셋증권은 4626억원으로 전망치를 낮췄다. 유진투자증권도 종전 7000억원의 절반 수준인 3500억원을 제시했다.

증권가는 “짐펜트라의 미국 시장 공략이 예상보다 더딘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약 특성상 판매 승인 후에도 홍보와 마케팅을 거쳐 매출로 이어지는 일종의 ‘리드타임’이 존재하는데, 생각보다 늦어졌다는 평가다. 짐펜트라가 3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와 이들이 관리하는 공·사보험 처방집에 등재된 시점은 10월이다. PBM은 보험사를 대신해 제약사와 약가, 리베이트 등을 협상하는 일종의 중개업체다. PBM에 등재된 약물은 접근성이 높아져 마케팅 효과와 매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이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졌다. 앞서 셀트리온 측도 “실처방을 위해 PBM 산하 보험사 등재가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시차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요 PBM 등재 이후 보험사 환급이 개시되기까지 약 3개월이 걸리기에 올해 4분기부터 본격적인 매출 발생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약 마케팅 효과가 본격화되기 전인 탓에 실적이 부진했다는 평가도 있다. 여노래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존 투약을 받던 환자는 환자가 직접 요청하거나 의사가 전환을 권유해야 신약을 쓴다”며 “3월부터 의사 대상 영업을 진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TV 광고를 통해 대중적으로 노출된 시점이 9월이기 때문에 기대 이하의 실적과 출하량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 측은 짐펜트라 자신감은 여전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회사 홈페이지에 올린 ‘주주님들께 드리는 글’에서도 “4분기를 기점으로 미국 내 매출 신장을 위한 기반 작업이 모두 완료된 만큼 실적 향상은 눈에 띄게 빨라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과 TV 광고 효과가 11월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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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율 가이던스도 불안해”

25년 4분기 ‘20% 중반 → 20%대’

짐펜트라 가이던스가 엇나가면서 셀트리온을 향한 시장의 불안감도 고조되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원가율 가이던스를 향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지난 10월 16일 모건스탠리가 내놓은 ‘Risk Reward Update’라는 제목의 리포트가 발단이 됐다. 해당 리포트에서 모건스탠리는 셀트리온 목표가를 기존 18만6000원에서 16만6000원으로 낮췄다. 하향 근거 중 하나는 원가율이다. 모건스탠리는 “셀트리온은 2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매출원가(COGS)를 2분기 58%에서 2024년 4분기 40%까지 줄이고, 2025년 4분기 25%까지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가이던스는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hard to achieve)”고 밝혔다.

원가율은 매출 대비 매출원가 비율을 의미한다. 원가율이 낮을수록 수익성이 개선된다. 셀트리온의 2024년 3분기 원가율은 47.4% 정도다. 지난해 같은 기간(44.9%) 대비 소폭 높은 편이다. 셀트리온은 2023년 12월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과정에서 원가율이 상승했다고 설명한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보유한 높은 원가의 재고자산이 반영된 결과라는 얘기다. 셀트리온은 처방량을 늘려 기존 재고를 소진하고 낮은 원가의 의약품 생산을 늘림으로써 원가율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분기별 IR 자료마다 미세하게 가이던스가 수정되고 있다는 점은 투자자 불안감을 키우는 요소다.

2024년 1분기 IR 자료에서 셀트리온은 2024년 4분기 30% 중반 원가율과 2025년 4분기 20%대 중반 원가율을 예상했다. 기존 예상 원가율과 신규 추정 원가율을 동시에 제시하며 구체적 수치를 제시했다. 하지만 2분기 IR 자료에서는 단순화했다. 2024년 4분기 가이던스는 사라졌고 2025년 4분기 원가율(20%대 중반)만 수치로 내놨다. 가장 최근 자료인 3분기 IR 자료 역시 또 한 번 달라졌다. 2025년 4분기 원가율을 ‘20%대 중반’에서 ‘20%대’로 수정했다. 투자자 입장에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개인 투자자가 회사 정보에 접근 가능한 건 사업보고서와 IR 자료 정도다. 그중 가이던스를 확인할 수 있는 건 IR 자료뿐이다.

이를 두고 셀트리온 측은 “달라진 건 없다”는 입장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표현만 달라졌을 뿐 달라진 내용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런데도 시장 내 불안감은 여전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크게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지만 매 분기 핵심 가이던스 수치가 수정되는 점은 기업 신뢰도와 직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6호 (2024.11.27~2024.12.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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