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한은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로 직전 전망보다 0.2%포인트 내렸다. 내후년은 더 낮은 1.8%로 제시했다. 한국 경제가 경제 기초체력이라 볼 수 있는 '잠재성장률' 수준인 2%를 밑돌 것이란 비관적 관측이다. 성장률이 2%에 미치지 못한 때는 굵직한 경제 위기와 지난해 정도가 있었다. 전후(戰後) 시기인 1956년(0.6%), 석유파동을 겪은 1980년(-1.6%),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세계 금융위기 영향을 받은 2009년(0.8%), 코로나19가 대유행이었던 2020년(-0.7%), 그리고 2023년(1.4%)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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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내수 약화에…‘2년 연속 1%대’ 전망
차준홍 기자 |
당장의 큰 위험 요인은 한국 경제 성장의 주요 동력인 수출의 ‘피크 아웃(peak out‧정점을 찍고 하락 전환)’ 우려다. 한은은 이날 경제전망과 함께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수출은 중국과의 경쟁 심화,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로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체적으로 미국이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도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게다가 한국이 올해도 미국을 상대로 500억 달러 이상의 무역 흑자를 보는 만큼, 미국의 통상 압박도 강해질 전망이다. 한은은 2026년 성장률 전망치가 내년보다 더 낮은 것도 “미국의 관세 인상 영향 본격화”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골드만삭스도 내년 한국의 성장률을 1.8%로 낮추며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주요 하방 리스크로 꼽았다. JP모건과 노무라도 같은 이유로 1.7%를 제시했다.
한은은 또 중국과의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중국은 과거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이자 흑자 대상국이었지만, 최근에는 반도체‧전기차‧배터리‧태양광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특히 한국 수출은 인공지능(AI) 산업 발전과 투자 확대 흐름을 타고 증가하고 있는데, 중국 반도체 기업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내수 부진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점 역시 내년 한국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 민간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올 3분기에 전년 동기 1.9% 감소했다. 2022년 2분기부터 꺾인 소매판매는 2년 반째 10개 분기 연속 내리 줄어들며 통계 작성 이래 최장 감소 기록을 세웠다. 투자 부문에서는 건설업체의 공사 실적을 뜻하는 건설기성도 전년 동기 대비 8.8% 감소했다. 건설 경기 악화는 고용시장 전반에도 충격을 줄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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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장기 성장률 하락 막아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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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한국의 성장 엔진 자체가 약해지며 저성장 흐름이 굳어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내년과 내후년 성장률 전망치에 불확실성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떨어지는 것도 맞다”며 “구조조정을 통해 장기 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와 해외 기관은 한국이 인구 고령화로 인한 성장 동력 약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성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앞서 라울 아난드 국제통화기금(IMF) 한국미션단장은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하향 조정하면서 “한국은 대외 문제보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잠재성장률 둔화가 더 관심을 둬야 하는 도전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 자체가 약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인구 고령화로 노동력이 줄어들고, 생산성이 낮아지는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AI‧반도체 등 첨단 산업이 국내 투자를 늘리고 성장할 수 있도록 미국 등 주요국 수준의 세제 지원을 해야 한다”며 “교육 등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도 과감히 늘려 높은 생산성을 가진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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