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이어지는 ‘블록버스터 전시’
카라바조(카라바조의 영향을 받은 작가), 성 토마스의 의심, 1601-1602, 캔버스에 유채, 106x146cm, 우피치미술관 액츠매니지먼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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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어둠의 화가 카라바조, 비운의 천재 반 고흐, 퇴폐적 관능미의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서양미술사의 거장들을 내세운 ‘블록버스터 전시’가 연말을 맞아 연이어 열린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에서 ‘빛의 거장 카라바조 & 바로크의 얼굴들’이 열리고 있고, 29일에는 같은 미술관 1층에서 ‘불멸의 화가 반 고흐’전이 개막한다. 30일에는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구스타프 클림트부터 에곤 실레까지’가 문을 연다.
예수가 부활한 후 이를 의심하는 제자에게 자신의 상처에 손을 넣어보라고 한 일화를 그린 ‘성 토마스의 의심’(도마의 의심)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작품은 카라바조(1571~1610)의 것이다. 벌어진 상처 사이로 손가락을 깊숙이 집어넣는 모습과 의심을 거두지 못한 토마스의 표정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예수와 사제들에게만 핀 조명을 비춘 듯 배경은 칠흑같이 어두워 인물들의 행위가 더욱 생생하고 극적으로 보인다.
카라바조,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 1595, 캔버스에 유채, 65.5x50cm, 개인소장 액츠매니지먼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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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렬하는 빛과 칠흑 같은 어둠의 콘트라스트’로 유명한 카라바조는 강한 명암 대조를 사용한 테네브리즘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테네브리즘과 사실주의적 표현으로 바로크 미술의 창시자로 불리는 카라바조 그림의 매력을 잘 느낄 수 있는 작품이 ‘성 토마스의 의심’이다. 이 그림을 비롯한 카라바조의 원화 10점을 만날 수 있다. 이탈리아 우피치 미술관 소장품인 ‘성 토마스의 의심’ ‘그리스도의 체포’ ‘이 뽑는 사람’ 세 점을 포함해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 ‘묵상하는 성 프란체스코’ 등이다.
카라바조의 그림은 여러 복제본이 존재하는데, 당시 화가들은 의뢰를 받고 같은 그림을 여러 장 그리곤 했다. ‘성 토마스의 의심’은 가장 많이 복제된 작품으로, 이번에 전시된 그림의 작가는 ‘카라바조(카라바조의 영향을 받은 작가)’로 표기돼 있다. 전시를 기획한 엑츠매니지먼트 측은 “아직 연구 중인 작품으로, 카라바조가 그리기 시작한 뒤 그의 조수들이 마무리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우피치 미술관에서도 가치를 인정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1595)은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의 고통스러운 표정을 관능적이면서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에서 선보인 그림과는 다른 버전이다. 이번 그림에서 소년의 오른쪽엔 고통의 눈물이 어려 있지만, 내셔널갤러리 소장품엔 눈물이 말라 있다.
카라바조,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 1606, 캔버스에 유채, 119.5x94.5cm, 개인 소장 액츠매니지먼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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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는 천재적인 화가였지만,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카라바조의 연보엔 폭행과 살인 사건이 가득하다. 여러 차례 폭행을 저질렀던 카라바조는 결국 실내 테니스 게임 도중 살인을 한다. 그는 도피 중 38세의 이른 나이에 사망해 생전에 남긴 그림은 100여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1606)에서 카라바조는 다윗의 손에 들린 골리앗의 머리에 자신의 얼굴을 그려넣었다. 자신의 교만과 죄를 참회하는 동시에 비극적인 운명을 암시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16~17세기 활동한 카라바조 화풍에 영향을 받은 ‘카라바조주의(Caravaggism)’ 작가들의 그림 47점도 함께 볼 수 있다.
빈센트 반 고흐, 씨 뿌리는 사람, 1888년, 캔버스에 유화, 64.2 x 80.3 cm 서울센터뮤지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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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 착한 사마리아인(들라크루아 원작), 1890년, 캔버스에 유화, 73 × 59.5cm 서울센터뮤지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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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람미술관 1층에서 열리는 ‘불멸의 화가 반 고흐’에서는 네덜란드 크뢸러 뮐러 미술관이 소장한 반 고흐의 그림 76점을 볼 수 있다. 반 고흐가 화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뒤 그린 초기 드로잉부터 말년의 작품까지 일대기를 따라 전시해 그의 전반적인 예술세계를 엿볼 수 있다. ‘별이 빛나는 밤’ ‘해바라기’ 등 유명작은 없지만 ‘자화상’(1887), ‘씨 뿌리는 사람’(1888) 등을 만날 수 있다.
그림의 보험가를 합하면 1조원에 달하는 전시에서 가장 보험가가 비싼 작품은 ‘착한 사마리아인’(1890)이다. 반 고흐가 생레미 정신병원에서 낭만주의 화가 들라크루아의 그림을 재해석해 그린 작품으로 반 고흐 특유의 청색과 황색의 대비가 두드러지는 동시에, 고통받던 반 고흐가 구원과 영혼의 평화를 갈망하는 마음을 담아냈다.
2007년, 2012년에 이어 국내에서 세 번째 열리는 반 고흐의 전시지만, 개막도 하기 전에 30여만장의 티켓이 선판매돼 ‘흥행 불멸의 화가’ 반 고흐의 인기를 보여줬다.
에곤 실레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 1912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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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에선 빈 분리파를 창립한 ‘황금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청춘의 초상’을 그린 에곤 실레의 작품을 볼 수 있다.
19세기 말 오스트리아 빈에서 변화를 꿈꿨던 예술가들의 활동과 모더니즘으로의 전환 과정을 레오폴트 미술관 소장품 총 191점으로 선보인다. 표현주의 화가 리하르트 게르스틀과 오스카어 코코슈카의 그림도 볼 수 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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