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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망연자실”…보행기 의지 95살 할머니에 테이저건 쏴 숨지게 한 경찰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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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9 news australia’ 유튜브 채널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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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용 칼 두 자루를 들고 보행기에 의존해 느리게 걷던 95살 여성 노인에게 테이저건(전자충격기)을 쏴 숨지게 한 경찰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사망 당시 피해자는 키 157㎝에 몸무게는 48㎏였고, 정식으로 치매를 진단받지는 않았으나 인지 능력이 저하된 상태였다.



27일(현지시각) 비비시(BBC) 등 외신은 이날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스 대법원이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크리스티안 화이트(34)에게 유죄를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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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news australia’ 유튜브 채널 갈무리


보도를 보면, 지난해 5월17일 새벽 4시께 캔버라 남쪽의 한 요양원에서 클레어 나우랜드(95)가 스테이크용 칼 두 자루를 들고 요양원을 돌아다닌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나이프를 내려놓으라’고 명령했으나 할머니가 이를 따르지 않자 1.5~2m 떨어진 거리에서 테이저건을 발사했다. 가디언은 테이저건 발사 직전 할머니가 한 손에는 나이프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보행기를 잡고 서 있었다고 전했다.



할머니는 충격으로 인해 쓰러지며 바닥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쳤고, 결국 일주일 뒤 뇌출혈로 사망했다. 경찰이 할머니를 발견한 지 3분 만에 발생한 일이었다.



법정에 선 화이트는 “무력 사용은 합당했고, (할머니의) 위협에 상응하는 조처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할머니가) 크게 다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의 죽음에 나도 망연자실했다”고 했다. 사건 발생 전 할머니가 요양원 직원에게 칼을 던지거나 타인의 방에 무단 침입하는 등 공격적인 행동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하지만 검사는 “보행기에 의지해 걷는 48㎏ 노인은 위험하지 않다”며 “성급했던 경찰이 할머니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망각했다”고 주장했다. 검사는 테이저건 발사 직전 상황이 담긴 영상을 배심원단에 보여주기도 했는데 이 영상에는 할머니가 보행기에 의지한 채 발을 끌며 느리게 걷는 모습이 담겼다. 당시 할머니는 1분 동안 겨우 1m를 이동할 정도로 걸음이 느렸다.



검사는 “이 할머니가 그 순간 누구를 다치게 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재판부에 “할머니는 보행기를 사용했기 때문에 위협이나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는 같은 요양원 거주자이자 사건 목격자의 서면 답변도 제출했다.



현재 보석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화이트의 형량은 추후 선고될 예정이라고 비비시는 전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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