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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30년 우정’ 서촌화가 김미경·얼굴화가 정은혜의 2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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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며 서로를 껴안은 김미경 작가(왼쪽)와 정은혜 작가. 김미경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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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촌의 건물 옥상과 거리를 누비며 그곳의 산과 동네, 사람들 풍경을 10년간 줄곧 그려온 김미경(65) 작가가 30살 아래 후배 작가와 뜻깊은 2인 전시회를 마련한다. 일상의 사람들 얼굴을 그리는 캐리커처 작업으로 주목받아온 발달장애인 정은혜(34) 작가다. 이들은 27일부터 서울 인사동 갤러리 에이치(H)에서 2인전 ‘인연, 두 여자’를 펼친다.



두 작가는 독특한 인연으로 맺어진 사이다. 정 작가는 아기일 적부터 김 작가와 얼굴을 트고 지냈다. 김 작가는 1988~2005년 한겨레 기자로 일했던 시기에 신문 삽화를 그린 장차현실 만화가와 종종 만나면서 교분을 쌓았는데, 당시 장차 작가가 품에 안고 온 어린 딸이 정 작가였다. 장애를 안고 태어난 딸을 업은 채 삽화를 전하러 신문사에 찾아오고, 공공장소에도 당당하게 데리고 다니는 엄마의 모습에 김 작가는 감명을 받았고, 30년 전 그들의 사연을 기사로 소개하면서 평생 인연을 닦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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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작가가 올해 그린 펜화인 ‘서촌 눈 온 날’. 김미경 작가 제공


김 작가가 2005년 미국 뉴욕으로 떠나면서 인연은 끝나는 듯했지만, 2012년 귀국한 그가 서울 서촌의 한옥과 골목, 산의 풍경들에 반해 그리기에 몰두하면서 인연은 다시 이어졌다. 그때 막 성인이 된 정 작가도 그림에 빠져들면서 5천명 넘는 이들의 얼굴을 그린 캐리커처 연작으로 작업을 이어갔다. 언어 소통의 어려움으로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기가 버거웠던 정 작가에겐 그림이 내면을 표현할 유력한 출구가 되어주었다.



연락이 다시 닿은 김 작가와 정 작가는 날마다 그리면서 서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그림을 시작한 시기가 맞물릴 뿐 아니라 공통점도 많다. 전문적인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고, 종일 그리며, 그릴 때 제일 행복해한다는 점, 그리기가 인생을 바꾸었다는 점 등이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사실 정 작가에게 김 작가는 사회에 나온 자신의 첫번째 친구이자 동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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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혜 작가가 올해 그린 신작 ‘은혜로운 명화―프리다칼로’. 정은혜 작가 제공


8차례 개인전을 연 정 작가와 6차례 개인전을 치른 김 작가의 그림은 크게 다르지만, 이번 전시는 두 작가의 작업 10년째를 맞는 시점에서 서로 쌓아온 작업을 견주며 되돌아보는 의미도 지닌다. 서촌 풍경과 사람 얼굴 캐리커처로 특징지어지는 두 작가의 대표작들과, 서로의 모습을 그린 그림, 함께 주제를 정해 새로 그린 그림들로 나눠, 우정 어린 교감을 느낄 수 있도록 꾸렸다.



특히 눈길을 끄는 출품작은 꽃을 공통 주제로 삼은 그림들이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시든 꽃도 새롭게, 이쁘게 보인다’는 부제를 단 김 작가의 시든 꽃 그림들과 ‘꽃잎은 시들어요. 때가 되면 다시 필 걸 서러워 말아요’란 노랫말을 떠올린 정 작가의 활짝 핀 꽃 그림들이 대비되는 구도로 관객 앞에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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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정은혜 작가 전시회 포스터. 김미경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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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장애예술인 창작 활성화 지원 프로젝트 선정작으로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전시회다. 12월3일까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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