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반에 부정적 영향"…'동남아 마약왕'에 징역 25년 선고

동남아 3대 마약왕 중 베트남에서 검거된 김모씨가 2022년 7월 국내로 강제 송환되고 있다. 연합뉴스

70억원 상당의 마약을 유통해 ‘동남아 3대 마약왕’으로 불린 이른바 ‘사라 김’ 김모(49)씨에게 법원이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수원지법 형사13부(부장 박정호)는 2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향정)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씨에게 이같이 선고하고 약물·재활교육 프로그램 80시간 이수와 6억 8932만2200원 추징을 명령했다. 김씨와 같은 혐의로 기소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던 김씨의 아들(25)에게도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베트남에서 다량의 마약을 판매·제공하고 본인도 투약했을 뿐 아니라 이 수익금을 가상화폐로 전환하는 방법으로 수억 원을 은닉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마약은 재범 위험이 높고 개인의 정신을 황폐하게 하는 등 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점, 범행 기간 동안 취득한 마약량과 불법 수익금 규모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 2018년 10월 베트남으로 출국한 이후부터 X(구 트위터), 텀블러, 텔레그램, 위챗 등을 통해 다량의 필로폰과 케타민 등 불법 마약류를 국내로 밀반입한 혐의를 받는다. 확인된 마약 유통 규모만 70억원에 이른다.

김씨는 이른바 ‘동남아 3대 마약왕’ 중 한 명으로 꼽혔다. ‘필리핀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의 주범이자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로 불린 박모씨(46)와 새터민 출신 마약왕 최모씨(37·여)에게도 마약을 유통한 가장 윗선 공급책이다. 박씨는 2022년 10월 필리핀에서 검거돼 현지에서 수감됐고, 최씨는 캄보디아에서 검거돼 2022년 국내로 송환됐다.

하지만 김씨의 행방은 오랫동안 오리무중이었다. 경찰은 2019년부터 3년간 베트남 공안과 공조 수사한 끝에 김씨를 호찌민에서 검거, 2022년 7월 국내로 강제 송환했다. 송환 당시 전국 13개 수사 기관에서 김씨를 마약 유통 혐의로 수배한 상태였다. 검찰은 지난 9월 30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김씨에게 징역 40년을, 아들에겐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마약 투약 등 일부 범행은 인정하지만, 박씨의 범행까지 다 오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조직적, 전문적으로 범행했고, 상선으로서 범행을 적극적으로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들 김씨도 “아버지의 부탁으로 사건에 연루되긴 했지만, 마약을 투약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법원은 “휴대전화로 마약에 대해 검색하는 등 단순히 범죄수익을 관리하는 역할을 넘어 마약 거래라는 인식이 충분히 있는 상태에서 범행에 가담했다”며 김씨의 공범으로 인정했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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