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이’를 촬영 중인 정지인 감독과 배우 김태리의 모습. 티브이엔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극은 당시 관객들이 현실의 고단함을 잊을 수 있었던 최고의 오락거리였습니다. 시청자들도 그에 못지않은 경험을 할 수 있길 바랐습니다. 무대의 커튼이 열리는 순간, 마치 놀이공원에 처음 입장하는 듯한 기대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죠.”
지난 17일 종영한 티브이엔(tvN) 드라마 ‘정년이’는 10∼20분가량의 여성국극 장면을 과감하게 배치한 극중극 연출을 선보였다. 낯선 소재인데다 배우들 모두 처음 도전하는 것이었지만, 드라마를 넘어 여성국극에 대한 관심까지 불러일으키며 성공을 거뒀다. ‘정년이’를 연출한 정지인 감독은 “드라마 속 관객과 시청자들이 동일한 선상에서 (국극을 접하는) 흥분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27일 서면 인터뷰에서 요즘 시청자들에게 생소한 국극이라는 소재를 흥미롭게 소개하는 것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화면이라는 첫번째 장막을 넘어 무대라는 두번째 장막을 뚫고 볼 수 있는 시청자들이 얼마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어요. 드라마 속 캐릭터가 무대에서 다시 한번 극중극의 캐릭터를 덧입는 것도 고민이었고요.”
이를 위해 배우와 제작진 모두 국극 장면을 가장 공들여 찍었다. 배우들은 무대에서 극 안의 역할에만 몰입하도록 꾸준히 훈련하며 캐릭터를 덧입었다. 제작진은 촬영에 앞서 카메라 리허설과 드레스 리허설을 하루씩 진행했다. 국극 한 작품을 찍는 데에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걸렸다고 한다.
국극 외적인 요소도 신경썼다. “소재가 다소 낯선 만큼 이야기와 캐릭터들은 최대한 보편성을 띨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원작의 생생한 캐릭터들이 생동감을 가질 수 있게 캐스팅에도 많은 공을 들였고요.” 드라마 속에서 국극을 보는 관객들은 티브이(tv) 너머 시청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했다. “드라마 속 관객들의 반응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시청자들의 반응을 함께 끌어내지 않을까 판단했습니다.”
‘정년이’를 촬영 중인 정지인 감독과 배우 정은채의 모습. 티브이엔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극 장면 외에 가장 품을 들인 장면은 10회에서 용례(문소리)가 딸 정년이(김태리)의 길을 인정하면서 바닷가에서 ‘추월만정’을 부르는 장면이다. 목소리가 탁해져 고음을 내지 못하는 ‘떡목’이 되고서도 국극을 계속하기로 한 정년이와, 소리꾼의 길을 가겠다는 딸의 뜻을 결국 받아들이며 한 섞인 ‘추월만정’을 부르는 용례의 모습은 시청자들을 먹먹하게 했다. “대본 상황에 적합한 장소를 촬영 시기에 임박해 겨우 구했고, 일출과 밀물과 썰물 시간대를 몇달 전부터 계산해서 두번에 걸쳐 촬영한 장면입니다. 한 신을 이렇게 오래 준비해 찍은 건 연출하면서 처음 있는 경험입니다.”
무모할 수도 있는 도전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것은 배우들이었다. “김태리 배우가 쏟은 열정과 노력은 작품을 떠받치는 큰 원동력이었습니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쉽지 않은 순간이 올 때 ‘정년이’를 생각하면서 버틸 수 있었습니다. 신예은 배우는 종종 ‘허영서’와 신예은을 오가며 장난을 쳤는데, 그럴 때마다 다시 영서로 돌아오라고 말했지만 속으로는 주머니 속에 넣어 집에 가고 싶었습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세상의 모든 책방, 한겨레에서 만나자 [세모책]
▶▶핫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