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는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지만 아무도 우리에게 제품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필요한 상품, 예를 들어 스탠드 안의 조명 하나를 찾는 데 30분이 넘게 걸렸다. 바빠 보이는 직원에게 단답형 답을 듣고야 조명을 고를 수 있었다. 계산하고 나가는 길을 찾기도 어려웠다. 그때는 물어볼 직원도 한참 동안 보이지 않았다. 이러다가 여기서 이렇게 아무것도 못 사겠구나 싶을 때쯤 아까 조명을 설명해 준 직원을 만났다. 그녀가 말했다.
“밑에 화살표를 보고 걸어가시면 되세요.”
어렵게 남편과 나는 결제를 다 마무리하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때 먼저 타 있던 젊은 부부는 이런 것들을 나이 드신 부모님들은 어떻게 하냐며 왜 이렇게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냐고 했다. 나는 옆에서 끄덕거리며 우리 부모님을 떠올렸다. 컴퓨터 끄고 켜는 것만 정말 서른번은 넘게 가르쳐 줬지만, 아직 하지 못하는 엄마. 엄마는 스마트폰도 사용하지 못하고 아빠는 셀프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지 못한다. 나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여기는 부모님 둘은 절대 못 오겠는걸.’
젊은 세대에게도 쉽지 않은 디지털과 자동화 시스템이 점점 일상으로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인공지능(AI)이 보편화되고 기술이 더 복잡해지면서 다가오는 새로운 세상은 어쩌면 점점 더 부모님 세대에게서 멀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케아를 다녀오고 며칠 뒤, 신문을 읽다가 눈에 띄는 기사 하나를 발견했다. 그 기사에는 할머니가 스마트폰 사용법을 배워서 집중해서 화면을 눌러보는 사진이 있었다. 그 사진을 보니 갑자기 불현듯 ‘우리 엄마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꾸준히 배우면 지금보다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몇 번을 반복하든 엄마도 사진 속 할머니처럼 분명히 지금보다 나은 내일이 있을 것이다. 언젠가 컴퓨터를 켜고 끄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신문은 단순한 정보 상품이 아니다.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 타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돕는 도구다. 신문 기사 속 할머니의 사진에서 우리 엄마를 느꼈고, 엄마의 가능성을 더 높여 드릴 수 있다는 의지를 키울 수 있었다.
오늘도 신문을 펼쳐보자. 뉴스 속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다른 시각에서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지금 어떤 관점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가? 신문은 당신에게 더 넓은 시야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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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영 작가·글로성장연구소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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