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률 40% 훌쩍
HMM의 3분기 영업이익이 치솟으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HMM 선박. (HMM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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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해운사 HMM이 3분기에만 1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영업이익률만 무려 40%에 달할 정도로 ‘실적 잔치’를 벌였는데 KDB산업은행이 추진한 매각이 무산된 이후 오히려 실적이 고공행진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HMM, 3분기 영업익 1조4614억
지난해 영업이익의 2.5배 올려
HMM은 올 3분기 영업이익 1조461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828%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5849억원)의 2.5배에 달하는 수익을 불과 석 달 동안 올렸다. HMM이 분기 기준 조 단위 영업이익을 기록한 건 코로나 팬데믹 특수가 유지됐던 2022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3분기 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1722% 오른 1조7385억원에 달했고, 매출은 67% 증가한 3조5520억원을 기록했다.
HMM 실적이 날개를 단 비결은 뭘까.
홍해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해상 운임이 급등한 영향이 크다. 지난해 말부터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따른 중동 정세 불안으로 수에즈 운하 통과 대신 희망봉을 우회하는 노선이 늘었다. 또한 2기 트럼프 정부의 관세 인상에 대비한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 물량이 몰리면서 HMM의 핵심 노선인 미주 노선 운임이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평균 986포인트였던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올 3분기 평균 3082포인트로 치솟았다. HMM이 아시아와 멕시코를 오가는 신규 서비스를 개설한 데다 1만3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투입하는 등 수익성 위주의 영업을 강화한 효과도 봤다.
실적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HMM이 야심 차게 내놓은 투자 계획이 빛을 볼지도 관심사다. HMM은 2030년까지 23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먼저 컨테이너선 부문에 12조7000억원을 투자한다. 이 중 액화천연가스(LNG), 메탄올 등을 동력으로 하는 친환경 선박 확대에만 11조원을 쏟아붓는다. 글로벌 선사와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다. HMM의 비주력 사업이던 벌크선 사업도 키우기로 했다. 현재 634만DWT(순수 화물 적재 톤수, 36척)의 선대를 2030년까지 1256만DWT(110척)까지 확장하는 데 5조6000억원을 투자한다. 이를 통해 2030년 매출 15조540억원, 자산 규모 43조2000억원을 달성, 한국 대표 종합 물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HMM을 둘러싼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HMM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849억원에 그쳤다. 해운동맹 재편 등 HMM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세계 2위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와 5위 독일 하팍로이드가 내년 2월부터 ‘제미니 협력’이라는 새로운 해운동맹을 창설하기로 했다. 머스크는 당초 세계 1위 해운사 MSC와 ‘2M’ 동맹을 맺었지만 최근 이 동맹을 전격 해체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운송 호황이 끝나고 해운업계가 선박 공급 과잉, 급격한 운임 하락에 내몰리면서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HMM이 소속된 해운동맹은 ‘디 얼라이언스’다. 그동안 독일 하팍로이드가 HMM과 함께 디 얼라이언스에 포함돼 있었지만 내년에는 탈퇴하고 새 동맹을 만든다는 의미다. 디 얼라이언스에서 선복량이 가장 많고 핵심 노선인 유럽 항로를 담당하는 하팍로이드가 탈퇴하면 이 동맹에는 일본 ONE, 대만 양밍 등 아시아권 선사만 남는다. 새로운 해운동맹을 맺지 않을 경우 HMM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고민 끝에 HMM은 새 해운동맹 ‘프리미어 얼라이언스’를 활용하기로 했다. 프리미어 얼라이언스는 기존 디 얼라이언스 소속이던 HMM, 일본 ONE, 대만 양밍이 내년 2월부터 협력하기로 합의한 새로운 동맹이다. 독일 하팍로이드가 탈퇴한 점만 빼면 선사 구성은 동일하지만, 유럽 항로에서 세계 1위 선사 MSC와 선복 교환 방식으로 협력하는 점이 다르다. 선복 교환이란 운항하는 선박의 컨테이너 선적 공간을 다른 해운사와 서로 맞바꿔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HMM은 ‘프리미어 얼라이언스+MSC’ 체제를 통해 사실상 4자 얼라이언스 구축과 유사한 네트워크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한다. 기항하는 항만, 국가가 확대되고 운용 선복량도 늘어 서비스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신규 해운동맹에 독일 하팍로이드가 빠졌지만 MSC와 선복 교환 협력을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HMM 입장이다.
HMM 재매각 가능할까
몸값 10조 훌쩍, 자사주 매입 변수로?
HMM이 실적 축포를 터뜨렸지만 여전히 과제도 적잖다. 당장 HMM 매각이 어떤 방식으로 흘러갈지에 관심이 쏠린다. 한차례 매각이 무산된 데다 몸값이 높아져 매각이 더욱 난항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HMM이 대규모 자사주 매입 등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할 것이라는 소문이 돈다. 자사주 매입이 현실화되면 상장 주식 수가 줄어들어 경영권 매각이 수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HMM은 최근 딜로이트안진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 관련 컨설팅 용역을 맡겼다는 후문이다. 이 컨설팅 결과를 기반으로 내부 검토를 마친 뒤 이르면 연내 한국거래소에 밸류업 추진 방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HMM의 밸류업 방안에 담길 주주환원책 규모는 자사주 매입, 배당 등을 합쳐 조 단위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처럼 대규모 주주환원을 검토하는 것은 영업이익이 치솟으면서 현금자산이 넉넉해진 덕분이다. 올 9월 말 기준 회사가 보유한 단기금융자산, 현금성자산은 14조원을 넘어섰다.
다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HMM 매각을 수월하게 하려는 준비 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지난해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HMM 주식 3억9879만주(57.9%)를 매각하려 했지만 결국 딜이 무산됐다. 그사이 영구 전환사채(CB)가 보통주로 속속 전환되면서 보유 주식 수는 올 10월 기준 5억9080만주로 늘었다. 내년 4월 1억4400만주 CB 전환까지 이뤄지면 단숨에 7억3480만주로 증가한다. 주식 수가 급증하는 데다 최대주주 측 합산 지분율도 71.7%까지 치솟는다. 최근 주가(11월 20일 종가 1만8320원)를 단순 반영해 몸값을 추산해보면 12조원 안팎으로 치솟는다.
만약 HMM이 자사주 매입 방식을 확정해 주식을 사들이면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 입장에서는 투자금을 일부 회수하면서 매각 대상 주식 수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HMM 몸값이 높아져 매각이 더욱 어려워진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이 묘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매각 지분을 줄이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산업은행이 자본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HMM 지분(내년 4월 기준 33.95%) 단독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HMM 측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 중인데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뚜렷한 인수 후보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기존 인수 후보였던 하림, 동원그룹 모두 HMM보다 덩치가 작아 ‘승자의 저주’ 우려가 컸다. 그렇다고 현대차, 포스코, 한화 등 대기업이 인수전에 뛰어들기도 만만찮다. 해운업 특성상 국가 수출과 직결되다 보니 정부 입김이 거셀 수밖에 없는 데다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수조원에 달하는 몸값을 감당하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안갯속에 빠진 HMM 매각이 내년에는 보란 듯이 성공할지 재계 관심이 뜨겁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6호 (2024.11.27~2024.12.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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