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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삼성입사 40년차들, 1년만의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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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가 판다]

머니투데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항소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임한별(머니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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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년만이다. 지난해 11월 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자본시장법 등의 위반혐의와 관련한 1심 결심공판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던 삼성 입사 40년차들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재판에서 또 다시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 25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 김선희 이인수) 심리로 진행된 항소심 최후진술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전 삼성미래전략실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들은 두 회사의 합병이 기업의 위기극복과 성장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진행한 것이라며 검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먼저 이 회장은 "최후 진술을 준비하면서 올해 초 1심 선고 때가 떠올랐다"며 "3년이 넘는 오랜 재판 끝에 무죄 판결이 내려졌지만 사실 안도감보다는 훨씬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고 했다. 이어 "삼성과 저에게 보내 주신 애정 어린 비판과 격려를 접하면서 회사 경영에 대한 새로운 각오도 마음 속 깊이 다졌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저는 기업가로서 회사의 생존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늘 고민해 왔다"며 "이 사건 합병도 마찬가지로, 합병 추진을 보고받고 두 회사의 미래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제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 주주들께 피해를 입힌다거나 투자자들을 속인다든가 하는 그런 의도는 결단코 없었다"고 최후진술했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투명한 어항'처럼 감시받아...어떠한 불법 행위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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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이 2020년 6월 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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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의 뒤를 이어 최지성 전 삼성미래전략실장(당시 부회장)은 73세의 고령에도 힘 있는 목소리로 "1977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2012년) 미래전략실장이 된 후 삼성 임직원의 오늘과 내일을 책임진다는 생각에 무한한 책임감을 느꼈다"며 말문을 열었다.

최 전 실장은 "긴 재판에서 드릴 말씀은 가슴과 머리에 가득하지만 줄이겠다"며 "다만 검사님들이 미래전략실이 마치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계열사들을 전단적으로 통제하는 것처럼 말씀하는 것에 대해서는 짧게라도 설명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최 전 실장은 "미래전략실은 계열사들이 자체적으로 감시하기 어려운 잠재적 요인들을 점검하고 미래성장 발전방안을 계열사들과 함께 고민해왔다"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도 다르지 않다"고 했다.

두 계열사의 사장들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그곳에서 수많은 경험과 경륜을 쌓은 CEO들이라며 공소사실과 공판과정에서 나온 이야기처럼 미래전략실의 결정에 자신들의 회사 이익에 대해 묻고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합병을 추진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는 얘기라고 했다.

최 전 실장은 "지난 1심 과정에서 밝혀진 것처럼 미래전략실에서 검토했던 자료들조차 경영진이나 실무진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며 "이는 미래전략실의 검토결과에 계열사들이 영향을 받아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합병은 법에 따라 추진됐으며 삼성물산의 상사와 건설부문이 위기상황에서 직면해 합병을 추진했고, 합병을 완성함으로써 3조원의 부실을 가진 삼성물산이 어려움을 넘길 수 있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했다. 그 결과 순환 출자 해소의 단초도 마련해 나름 보람을 느꼈다는 게 최 실장의 말이다.

최 전실장은 합병 당시에는 엘리엇이 홍보대행사와 로펌을 동원해 견제 감시하던 상황에서 '투명한 어항'처럼 어떤 불법행위도 상상이 불가능한 때였다며, 그 어느 누구에게도 위법한 지시를 하지 않았고, 행동도 하지 않았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재판을 받는 동안 이재용 회장과 삼성은 제대로 된 사업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며 사랑받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기회를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합병의 장점 지인들에게 소개한 것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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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이 2019년 10월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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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기 전 삼성미래전략실 실차장(사장)은 "군복무를 끝낸 후 바로 삼성물산에 입사해 40년 넘게 밤새워 전세계를 다니며 우리 경제 성장에 일조한다는 자부심도 있었다"며 "지난 3년간 여러 차례 수사와 재판을 받다보니 많이 지치고 자부심도 사라지고 모든 것이 흔들린다"고 말했다.

장 전 사장은 "삼성물산 합병은 제 업무와 무관한 것이었는데 엘리엇이 나타나 합병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제 주변 지인들에게 합병의 장점과 효과를 설명한 것이 전부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삼성물산은 덩치만 컸지 대형부실을 안고 있어서 새로운 회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삼성물산 출신인 제가 당연히 도왔다"고 했다.

그는 삼성이 언론을 통제한다는 검찰의 주장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그 당시 언론 보도도 삼성에 부정적인 것도 많았다는 게 그 반증이라고 했다. 장 전 사장은 "이제 고희를 넘겨 현역에서 은퇴해 이 재판이 사회생활의 마지막일 것"이라며 "남은 인생은 미력하나마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살겠다"며 선처를 당부했다.


김종중 전 삼성미래전략실 전략팀장, "모태기업 주주배신하지 않았다"

뒤 이어 김종중 전 삼성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은 "1984년 삼성전자 반도체로 입사해 2017년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까지 33년간 삼성에 근무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뒤, "1938년 그룹의 모태인 삼성물산은 이병철-이건희로 이어지는 삼성의 물적 정신적 토대로 이재용 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만을 위한 불법적 약탈적인 행위를 했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이재용 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모태기업 주주를 배신하지도 않았고, 이 회장의 사적이익만을 위해 일하지 않았다며, 자신은 그렇게 무모하지도 어리석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전 사장은 "미전실은 미래 사업을 검토하고, 계열사가 생각하지 못한 것에 대해 의견 개진을 하는 것으로 계열사 경영자가 반대하면 어떤 일이든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합병은 미전실 몇명이 결정한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삼성을 떠난지 8년 은퇴 후의 삶은 수사와 재판으로 보냈며, 1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았을 때는 온갖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다.

김 전 사장은 이재용 회장과 삼성 경영자들이 다시 도약할 수 있도록 간절한 마음으로 바란다며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부탁한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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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 경영승계 의혹을 받는 김종중 전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이 2020년 6월 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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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이영호 전 삼성물산 사장, "다시 그 때로 돌아가도 같은 결정할 것...후회 없다"

김신 전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은 "저는 이자리에서 참으로 많은 생각이 든다"며 "삼성과 함께한 40년을 법정에서 평가 받는 신세"라고 했다. 1979년 입사할 당시 삼성은 한국에서 알려져 있었지만 세계적으로는 존재감이 없는 회사였다며 40년간의 자신의 삶이 삼성의 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는다고 했다.

김 전 사장은 "이번 재판은 제 40년 삶을 부정한 것으로 낙인찍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삼성은 능력과 성과로 평가받는 조직으로 누구보다 회사를 사랑했고 최선을 다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2015년 당시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수익이 낮고, 리스크가 큰 사업이었다며 유가하락과 자원가격이 폭락할 때 제일모직으로부터 합병을 제안받았다고 했다. 김 전 사장은 "제일모직은 소비재로 해외 시장 확대가 필요했고, 삼성물산은 모직의 바이오 사업이라는 좋은 기회를 가지게 됐다"며 "지금 그 때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제가한 결정 후회하지 않고, 합병을 통해 정상화했던 그때 결정을 그대로 할 것"이라고 했다.

이영호 전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은 "1985년 삼성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경영관리와 감사 등 업무를 맡았다"며 "준법은 회사 운영의 기본 원칙으로 삼아 임직원의 법률 준수를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 전 사장은 "당시 삼성물산은 대형손실이 있었고 합병을 통해 생존의 길을 모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3조원의 부실을 안고 있던 기업이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합병해 효과를 봤다"며 "이해관계자와 주주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신용등급도 두단계 올라가는 등 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전 사장은 그 때로 다시 돌아가도 같은 결정을 할 것이라며 아직도 자신의 결정이 옳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 사장, 바이오 사업은 모두 꺼리던 것...지금은 세계 1위 CMO로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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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과 증거인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2024.02.14./사진제공=뉴시스 김명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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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2010년 2011년 설립당시 바이오 사업의 성공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며 "삼성은 바이오 경험이 없었고, 인적 물적 기반이 없어 CMO(위탁생산) 투자금 확보도 어려웠다"고 했다.

김 전 사장은 "그래서 삼성 그룹을 설득해서 최소한의 투자금을 받았고, 에피스도 합작투자를 진행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했다. 바이오젠에 50대 50의 투자를 제안했으나, 위험을 피하려는 바이오젠은 15%의 투자와 콜옵션을 제안해 합작이 어렵게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후 로직스는 세계 1위 CMO 기업으로 성장했고, 에픽스도 사업역량이 크게 높아졌는데 이런 노력을 가치 없다고 평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 외에 이왕익 전 삼성미래전략실 전무는 "4년 넘게 미전실에서 그룹지배구조 개선을 검토하면서 계열사에서 거부하는 것 못했다"며 "시민단체들이 감시해 불법은 저지럴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이렇게 돼 억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김용관 삼성전자 사업지원팀 부사장은 "36년전 삼성반도체 통신으로 입사해 반도체와 의료기기 분야에 종사했다"며 "2017년초 바이오 개발사운영 담당으로 그 과정에서 법에 어긋나는 일을 지시받지도, 지시한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바이오로직스 회계는 원칙에 따라 진행했는데 이런 오해를 받아 개인적으로 답답하고 안타깝다면서 자신은 삼성 바이오로직스가 세계 1위 수준으로 성장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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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2일 오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한 통합 삼성물산 출범식이 열린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사옥에서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머니위크 임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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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훈 전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사장)은 "어릴 때 해외로 나갔다가 군 입대할 나이에 입국해 공군 장교로 전역한 후 미국 GE(제너럴 일렉트릭)에서 18년간 일했다"며 "50살이 되면 고국으로 와서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삼성에서 같이 일하자고 했을 때 기뻤다"고 최후진술의 말문을 열었다.

최 전 사장은 "2014년 1월 삼성물산이 매우 어려워 건설과 상사가 쉽게 나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합병제안 받았다"며 "제가 미국 GE에서 컴플라이언스를 엄청 따지는데 경험을 오랫동안 해 삼성물산에서도 마찬가지로 준법경영에 힘을 쏟았다"고 했다. 그는 "합병 때도 미국과 달리 주가로 합병 비율을 정한다고 해 공정하게 해서 크게 문제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1심의 판단과 자신의 진실을 헤아려달라"고 재판부에 당부했다.

한편, 이날 검찰은 1심 구형 때와 마찬가지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 최 전 실장과 김 전 팀장에게 징역 4년 6개월·벌금 5억 원, 이왕익 전 부사장에 징역 4년·벌금 3억 원, 장 전 실차장에게 징역 3년·벌금 1억 원을 각각 구형했다. 또 삼성물산 김신·최치훈·이영호 전 사장에 징역 4년·벌금 3억원을, 김태한 전 사장·심정훈 삼정회계법인 상무에게는 징역 4년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19개 모든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선고일은 내년 2월 3일이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hunt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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