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후'에 승부수…중국 공략 속도
"장기적인 성장 여력 마련 시급"
/그래픽=비즈워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LG생활건강의 경영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차이나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는 다른 국내 화장품 업체들과 달리 LG생활건강은 중국에서 덩치를 키우는 중이다. 그러는 동안 K뷰티가 성장 국면에 올라탄 북미 지역에선 별다른 전략을 세우지 못한 채 진퇴양난에 빠졌다. 여전히 중국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LG생건의 사업 전략이 이를 부추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중국 '뜨고' 미국 '지고'
LG생건은 올해 3분기 누적 해외 매출 1조494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 증가했다. 이 가운데 중국 매출은 5691억원으로 8.9% 늘었다. 대표적인 럭셔리 브랜드 '더후'가 성장을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LG생건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더후 리브랜딩과 핵심 성분 강화 등에 집중하며 중국 현지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래픽=비즈워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중국에선 선방했지만, 북미 성장세는 꺾였다. 지난 1~3분기 북미 사업 매출은 전년보다 14.6% 감소한 3785억원이다. 다년간 화장품 관련 인수합병(M&A)에 약 5000억원을 투자하며 북미 사업에 공을 들였음에도 이들 브랜드의 영향력이 미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LG생건은 2019년 미국 화장품 기업 '더 에이본 컴퍼니'를 인수하며 북미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고, 이듬해 '피지오겔' 브랜드의 아시아·북미 지역 사업권을 취득했다. 이후 2022년에는 미국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뷰티 브랜드 '더크렘샵' 지분 65%를 사들였다.
당초 지난해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던 더 에이본의 구조조정 마무리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도 북미 매출의 하락 요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LG생건은 더 에이본을 현지 유통 시장과 환경에 맞게 재정비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기회의 땅
주목되는 건 LG생건의 해외 실적이 경쟁 업체들의 분위기와 다소 대조된다는 점이다. LG생건과 함께 국내 뷰티업계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아모레퍼시픽은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의 선전에 힘입어 호실적을 냈다. 실제로 올해 3분기 기준 아모레퍼시픽의 서구권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0.4% 증가한 4653억원이다.
/사진=아이클릭아트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업계에서는 LG생건이 해외 실적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선 중국보다 북미에 힘을 쏟아야 할 것으로 본다. 북미는 중국에 버금가는 시장 규모와 큰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 'K뷰티 기회의 땅'으로 통한다. 장기 성장에 대한 여력을 마련하기 위해 북미 지역의 안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반면 중국의 경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와 한류 금지령, 애국 소비 등과 같은 대내외 변수가 언제든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충분한 곳이다. 여기에 더딘 중국 내수 회복, 현지 화장품 업체와의 치열한 경쟁도 중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한국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결국 또 중국?
그럼에도 LG생건은 중국에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전체 화장품 사업 매출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더후가 여전히 중국에서 인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며 2030년 매출 10조원, 영업이익률 10%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 더후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정애 LG생건 사장 역시 연초부터 더후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상황이다. 이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더후 브랜드의 리빌딩을 지속하고 차별화된 효능 가치, 감성 가치, 경험 가치를 확대해 럭셔리 브랜드 지위를 더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LG생활건강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LG생건이 여전히 중국에 무게추를 싣고 있는 만큼 일각에선 북미에서의 안정적인 정착까진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평가한다. 현재 LG생건은 북미 공략을 위한 뚜렷한 전략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북미에서 빌리프, 더페이스샵, CNP 등 자사 전략 브랜드를 육성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게 전부다. 올해 초 이 사장이 언급했던 더후의 미국 진출도 아직 검토 단계에 머물러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G생건 관계자는 "더후의 현재 미국 진출 준비 상황은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에이본의 구조조정 관련 성과도 재정비가 완료된 이후에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비즈니스워치(www.bizwatch.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