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내내 폭설 계속 될 듯
이틀 연속 폭설이 내린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 눈사람이 만들어져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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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물 폭탄’에 이어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11월 말 우리나라에 ‘눈 폭탄’이 쏟아졌다. 비에 이어 눈까지 극단적으로 많은 양이 한꺼번에 퍼붓는 양상이다. 원인은 ‘더운 바다’가 꼽힌다.
기상청에 따르면, 27일 밤부터 28일 아침까지 서해상에서 큰 눈구름대가 형성되며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폭설이 내렸다. 북극 바람을 지닌 절리저기압이 우리나라 북쪽에 형성돼 찬 바람을 공급하고, 이 차가운 바람이 따뜻한 서해상을 통과하며 ‘해기차’(대기와 바닷물의 기온 차)에 의해 구름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간밤 폭설로 수도권에는 최대 40㎝ 넘는 눈이 쌓였다. 28일 오전 8시 기준 적설량은 경기 용인 47.5㎝, 수원 43.0㎝, 군포 42.4㎝, 서울 관악구 41.2㎝, 경기 안양 40.7㎝ 등이다. 아직 11월인데 성인 무릎 높이만큼 많은 눈이 쌓인 것이다. 수원은 1964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눈이 내렸고, 서울도 역대 3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현재 서해의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은 상태다. 바다는 비열(比熱)이 크기 때문에 육지와 비교해 뜨거워질 때 서서히 뜨거워지고, 식을 때도 서서히 식는다. 지난여름 폭염에 의해 육지와 바다가 모두 뜨거워졌지만, 육지는 찬 바람이 불면 금세 식는 데 반해 바다는 아직까지 폭염의 여파가 끝나지 않은 것이다.
이에 11월 말에도 여전히 평년보다 뜨거운 바다에선 수증기가 원활하게 공급되고 있다. 겨울에 절리저기압이 형성돼 서해상 바다와 만나 눈이나 비를 뿌리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절리저기압이란 고위도에 부는 강한 바람인 제트기류가 떨어져 나온 것인데, 북극 찬 바람을 머금고 있어 온도가 영하 40도 정도로 매우 차갑다. 이런 바람이 한반도 주변 바다를 통과하면 구름대를 형성한다. 그러나 적설량은 이례적이다. 많아도 너무 많은 눈이 내린 것이다. 바다가 예년보다 뜨겁지 않았다면 적설량도 지금처럼 많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뜨거운 바다는 여름에는 물 폭탄을, 겨울에는 눈 폭탄을 각각 발생시킨다. 지난여름 우리나라에는 시간당 100㎜가 넘는 ‘극한 호우’가 속출했다. 바다에서 수증기 공급이 원활하고, 습도가 너무 높다 보니 비구름대가 쉽게 포화상태에 이르며 비를 고루 뿌리지 못하고 한 곳에 몽땅 쏟아낸 것이다.
한겨울에 진입하기 전까지 해수면 온도는 계속 높을 것으로 보여 이번 겨울 이런 ‘눈 폭탄’은 또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눈 폭탄 뿐만 아니라 겨우내 온도도 평년보다 포근할 것으로 기상청은 보고 있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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