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불확실한 시대에 맞서는 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불확실성은 이 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경제위기와 양극화된 정치, 기후위기에 인공지능(AI)까지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미래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고통과 폐해가 집중되지만 피해 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불확실성은 우리 시대가 직면한 많은 문제의 원인이 된다. 예컨대 포퓰리즘 득세의 이면에도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이주민이 자신의 일자리를 위협한다고 느끼게 되면 가난한 사람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만을 자신보다 더 약한 이민자, 소수자에게 분출하기 쉽다.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느낄 때 개인적 차원의 공정성에 더 민감해지면서, 약자·소수자 보호 정책에 반발하고 우파 포퓰리즘에 동조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연구도 나온다. 각자도생 속 을 간의 갈등이 커지는 이유다.



‘불확실한 걸 못 견디는 사람들’의 저자인 인지과학자 아리 크루글란스키는 불확실한 환경일수록 명확한 답변과 확실성을 갈구하는 인지 종결 욕구가 증가한다고 말한다. 확실성에 대한 갈망은 진화의 산물로 인간 유전자에 깊숙이 새겨져 있다. 힘센 포식자와 마주쳤을 때 생존하려면 빠르고 확실한 판단이 필요했기 때문이리라.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이 확실성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졌고 그 정점에 종교가 있다. 신이라는 절대 존재는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고안해낸 집단적 서사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불확실성의 시간을 회피하기 위해 서둘러 확실성을 추구하다 보면 나쁜 선택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 마음 편한 결론, 자신의 세계관과 일치하는 정보만을 취사선택하다 보면 확증편향이 강화될 수도 있다. 가장 적은 정보를 가진 사람이 자신의 의견이 옳다고 생각해 사회적으로 합의된 객관적 사실을 외면하게 된다. 흑백논리에 따른 지나친 단순화, 심지어 음모론에 빠져들기도 쉽다. 음모론과 포퓰리즘에 경도되는 이유로 자신만이 진실을 알고 있다는 확실성에 대한 믿음, 자기 존재감, 소속감, 안정감 획득이 꼽힌다. 큰 트라우마나 상처를 경험한 이들이 음모론에 쉽게 빠지는 이유기도 하다.



이주민, 난민 등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접촉하며 살아야 하는 시대다. 불확실한 시간을 견뎌내는 인지적 유연성과 공감 능력이 불확실성을 헤쳐나가는 힘이 된다. 새로운 시대에 맞설 수 있는 가능성과 기회도 그 틈새에서 열린다.



한귀영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연구위원 hgy4215@hani.co.kr



▶▶세상의 모든 책방, 한겨레에서 만나자 [세모책]

▶▶핫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