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작업 중 방사선에 피폭된 노동자 올린 손 모습(왼쪽).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누리집 갈무리. 경기 용인시 기흥구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오른쪽).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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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발생한 방사선 피폭 재해자들이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해당 재해가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중대산업재해’로 전환됐다. 고용노동부는 삼성전자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조사에 착수했다. 삼성전자는 물론 삼성 계열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수사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4일 노동부와 방사선 피폭 재해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최근 근로복지공단은 방사선 화상을 입은 삼성전자 엔지니어 이용규씨의 요양 기간을 내년 2월까지, ㄱ씨의 요양 기간은 다음달 말까지로 연장 승인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지난 14일께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해당 내용을 통보받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조사에 착수한 상태”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지난 5월27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방사선 발생장치인 반도체 웨이퍼 비파괴검사 장비를 정비하다, 안전장치(인터록) 불량으로 손 등을 방사선에 피폭돼 화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경우 중대산업재해로 본다. 근로복지공단이 두 사람 모두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함에 따라 해당 재해는 중대산업재해가 됐다.
윤태양 삼성전자 부사장(맨 왼쪽)이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중대재해처벌법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종사자에 대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만큼, 삼성전자가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과 시행령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였는지가 노동부 수사의 핵심 쟁점이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사업주·경영책임자의 의무에는 안전·보건 관계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처도 포함된다. 안전·보건 관계법령에 해당하는 원자력안전법 위반 여부에 대해선 이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결론이 나온 상태다. 앞서 원안위는 사고와 관련해 삼성전자를 상대로 조사를 벌여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 관련 품목을 임의로 해제하고, 정비작업자의 피폭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9월 과태료 처분했다. 노동부는 이미 원안위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방사선 발생장치 정비작업의 위험성 평가와 그에 따른 조처를 제대로 했는지 역시 수사 대상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은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고, 이에 따라 유해·위험요인이 확인·개선되는지 점검한 뒤 필요한 조처를 이행할 의무를 경영책임자에게 부과한다. 피폭 재해자 ㄱ씨는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작업자 보호를 위한 장비나 위험발생 알람 장치가 전혀 구비되지 않았고, 이렇게 위험한 방사선 설비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도 방사선 장비 취급에 대한 교육 역시 마련되지 않았다”며 “방사선 장비에 대한 환경안전 측면의 관리·감독이 미흡한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방사선 피폭에 관한 위험성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은 중대산업재해를 입은 사람에 대한 구호조처 등을 포함한 중대산업재해 대응매뉴얼을 만들고 이에 따른 조처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점검할 의무도 경영책임자에게 부과한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사고 발생 이후 재해자들을 곧바로 방사선 피폭 관련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한국원자력의학원에 이송하지 않고 다른 대학 병원에 이송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삼성전자 누리집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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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가 누구를 경영책임자로 판단할 지도 관심이다. 삼성전자의 반기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의 대표이사는 한종희 부회장이다. 이재용 회장과 디에스(DS·반도체) 부문장 전영현 부회장은 미등기 임원이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윤태양 삼성전자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부사장)는 지난달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안전보건최고책임자로서 안전과 보건에 관한 모든 결정과 책임을 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발언은 이번 사고에 따른 삼성전자의 경영책임자가 윤 부사장 자신이라는 취지의 주장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래, 검찰이 ‘(실질적) 대표이사’가 아닌 다른 사람을 경영책임자로 봐 기소한 사례는 없다. 중대채해처벌법이 경영책임자를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재해자들이 입은 ‘방사선 화상’이 ‘부상’이 아니라 ‘질병’이라 주장해왔다. 이를 질병으로 판단하는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런 주장에 근거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의무인 ‘중대재해 발생 신고’를 하지 않았고, 노동부는 “질병이 아니라 부상”이라고 판단한 뒤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삼성전자에 과태료를 부과한 상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노동부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면서도 노동부가 ‘부상’이라고 판단한데 대해선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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