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페루 리마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성사된 양자 정상회담을 앞두고 악수하는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신화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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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한국의 일반 여권 소지자에게 적용하고 있는 무비자 입국 기간을 현행 15일에서 30일로 늘리고, 일본인에게도 비자를 면제하는 조치를 내놓겠다고 22일 밝혔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비즈니스·관광·친지 방문 등으로 명시된 무비자 방문 목적에 ‘교류 방문’을 추가하고, 무비자로 중국에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을 15일에서 30일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린 대변인은 “중국과 외국의 인적 교류를 더 편리하게 하기 위해 중국은 비자 면제 국가 범위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오는 30일부터 내년 12월 31일까지 불가리아·루마니아·크로아티아·몬테네그로·북마케도니아·몰타·에스토니아·라트비아·일본(총 9국) 일반여권 소지자도 비자 면제 대상에 들어간다고 했다. 이 같은 조치는 한국을 비롯한 종전 38개 무비자 국가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앞서 중국은 일본에 15일 단기 방문 비자 면제 조치를 시행했다가 2020년 3월 코로나 확산을 이유로 전면 중단했다. 지난해부터 중국은 경기 부양과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을 목적으로 프랑스, 독일 등 총 29국에 일방적으로 단기 방문 비자 면제 조치를 시행했지만, 일본은 ‘비자 면제국 리스트’에서 줄곧 제외됐다. 중국은 한국에도 무비자 정책을 시행한다고 지난 1일 발표했다.
이처럼 중국이 일방적으로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적극적인 무비자 정책을 펼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선 외국인 관광과 소비가 가져올 경제적 효과를 노리는 동시에,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주변 국가와의 관계 개선에 나섬으로써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꾀하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비자 면제 대상이 한국·일본·호주 등 미국의 동맹국으로 빠르게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인에 대한 무비자 기간을 늘리고 일본인 비자 면제 조치를 잇따라 내놓는 것은 중국이 한·일과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미·중 관계가 악화할 우려가 크다고 보고 일본을 (중국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일본인에 대한 비자 면제 카드를 꺼내든 이유로 이시바 총리의 대중(對中) 기조를 중국 지도부가 온건하다고 평가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보다 중국에 우호적인 이시바가 정권을 잡은 초기에 한·일과 경제 협력 강화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 매체 36Kr은 지난 18일 “일본인에 대한 중국의 비자 면제 조치는 양국 관계가 우호적인지 아닌지 보여주는 지표”라면서 “중·일 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양국 경제 협력이 강화될 조짐이 보인다”고 했다.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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