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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몰랐던 사고로 뺑소니 몰려… 직장 잃었다” 판결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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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22년 12월 21일 서울 용산구의 한 골목길에서 트럭에 부딪힌 보행자가 주저앉았지만, 트럭은 그대로 운행하고 있다. /유튜브 '한문철TV'


골목길 운전 중 트럭과 살짝 부딪힌 보행자를 보지 못해 뺑소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운전자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혐의를 벗었다. 하지만, 운전자는 면허취소로 2년간 일을 하지 못했다며 억울해했다.

21일 유튜브 ‘한문철TV’에는 ‘무죄 받기까지 2년이 걸렸습니다. 하루아침에 뺑소니로 몰려 운전직을 잃은 억울한 2년, 누가 보상해 줍니까?’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배송 업무를 하는 트럭 운전자 A씨는 2022년 12월 21일 서울 용산구 청파로의 한 골목길을 지나고 있었다. 이때 근처 편의점에서 나온 여성 한 명이 떨어진 물건을 주우려는 듯 고개를 숙였다가 일어났다. 트럭은 그 옆을 지나가면서 다른 여성을 ‘툭’ 쳤다. 여성은 곧바로 길거리에 주저앉아 계속 일어나지 못했지만, 트럭은 우회전해 그대로 길을 떠났다.

A씨는 흔히 ‘뺑소니’로 불리는 도주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 여성은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인대 염좌 상해를 입었다. 염좌는 흔히 ‘삐었다’고 말하는 증상이다.

당시 상황이 담긴 방범 카메라(CCTV) 영상을 본 네티즌 50명은 모두 ‘운전자가 사고난지 모르고 간 것 같다’며 뺑소니가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왜 계속 주저앉아있어?” 유죄 근거가 된 발언

하지만, 1심 판결은 달랐다. 서울서부지법은 작년 10월 A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A씨가 경찰 조사에서 앉아있는 피해자 일행을 목격했고, 동승한 회사 동료에게 “술을 얼마나 먹었길래 계속 주저앉아 있냐?”고 말한 게 기억난다고 진술했던 게 문제였다. 재판부는 접촉 사고 직후 피해자가 주저앉는 모습을 A씨가 지켜본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사고 직후 트럭이 흔들리는 모습이 CCTV 화면에 담겼으므로 A씨는 사고가 난 것을 알았을 것이라고 했다.

A씨는 억울하다고 했다. 트럭에 부딪힌 여성이 아니라 일행이 주저앉은 모습을 본 것이고, 그만큼 사이드미러 등을 확인하며 안전하게 운전했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했다. 트럭이 흔들린 건 사고 발생 지점에 맨홀 뚜껑이 있어서라고 했다.

◇2심 ”술 마시고 비틀거리던 피해자 보며 착각했을 가능성”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서울서부지법 제1형사부는 지난달 31일 A씨에게 죄가 없다고 보고 공소를 기각했다. 검찰이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주저앉아있다’는 발언에 대해 “변호인이 없는 상태에서 받은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에 대한 발언인지, 피해자 일행에 대한 이야기인지 정확히 구분됐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일부 진술만을 발췌해 ‘A씨는 피해자가 차량에 부딪힌 사실을 알았다’는 증거로 사용하는 건 함부로 허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한 “차량이 보행자를 정면에서 충격한 것이 아니라 차량 뒷부분에 피해자가 부딪치는 방식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며 “A씨는 피해자를 충격하는 장면을 확인하지 못한 채 앉아있는 장면만 확인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이미 피해자 일행이 물건을 줍기 위해 주저앉는 것을 한 번 본 A씨는 술 먹고 비틀거리던 피해자 역시 같은 이유로 주저앉은 것이라고 착각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트럭이 흔들린 것과 관련해서는 “사고가 발생한 지점의 노면에는 맨홀 뚜껑 4개가 있었다”며 “설령 트럭이 피해자와 부딪혀 흔들렸다고 하더라도 A씨는 맨홀 뚜껑으로 인한 것이라고 인식해 차량이 평소와 다르게 흔들렸다고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A씨는 1심 선고 후 한문철 변호사에게 억울함을 호소했고, 2심에서는 한 변호사 측에서 변호를 해줬다고 한다. 한 변호사는 “뺑소니 혐의는 수사받고 40일 동안은 임시면허증을 주지만, 그다음 날부터 바로 면허 취소가 된다”며 “A씨가 일하지 못한 2년을 누가 배상할 거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A씨가 정말 억울할 텐데, 그래도 뺑소니 혐의에서 벗어났다고 울면서 전화가 왔다”며 “경찰이 정말 판단을 잘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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