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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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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숨진 카이스트 교수, 퇴직연금 상속 계산 어떻게?…30년 만 판례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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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제 후 상속 -> 상속 후 공제

대법 "상속인들의 권리 보호 위한 판결"

퇴직연금과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는 공무원이나 대학교수가 갑작스럽게 숨진 경우, 남은 가족들이 받는 배상금은 어떻게 계산해야 할까요? 지금까지는 퇴직연금에서 유족연금을 먼저 빼고 남은 돈을 유족들에게 상속했지만, 오늘(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JTBC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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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대법원장 조희대·주심 대법관 이흥구)는 "퇴직연금은 상속인들에게 먼저 상속되고, 유족연금은 각각이 상속받은 몫 안에서 받은만큼만 공제되어야 한다"고 전원일치 의견으로 판례를 변경했습니다.

소송의 시작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촉망받던 카이스트 교수 40대 신모 씨는 2016년 9월 오토바이를 운전하다 불법 유턴하던 택시와 부딪혀 숨졌습니다.

누군가의 불법으로 가족이 사망하면, 남은 유족들은 불법 행위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내와 자녀 2명은 택시연합회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신 씨가 살아있었다면 계속 받을 수 있었던 월급과 퇴직연금, 위자료 등을 구하는 소송이었습니다.

신 씨의 사례에서는 '퇴직연금일시금(퇴직연금)''직무상유족연금(유족연금)'을 계산하는 방법이 쟁점이 됐습니다.

먼저 퇴직연금은 숨진 신 씨의 몫으로 나오는 돈입니다. 유족들은 이 퇴직연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상속받게 됩니다.

소송을 제기한 유족 3명 중 1명, 배우자 A씨는 유족의 지위에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인 유족연금도 받았습니다. 공무원연금법 상 유족보상금은 질병이나 부상으로 숨진 사람의 가족들에게 그 손실을 보상해주는 목적으로 지급하는 돈입니다.

법원은 퇴직연금과 유족연금을 동시에 받을 수는 없다고 판단해왔습니다. 받는 사람의 생활을 안정시키고자 하는 등의 목표와 돈의 성격이 비슷하기 때문에, 이중보상을 금지하는 원칙에 따라 판단해 온 겁니다. 이런 경우 퇴직 연금에서 유족 연금을 빼고(공제) 남은 돈을 손해배상액으로, 간단하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 씨 사례에서 퇴직연금을 상속받을 수 있는 사람은 3명(배우자와 자녀 2명)이고, 유족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1명(배우자)입니다. 이 경우 상속과 '빼기(공제)'의 순서가 중요해집니다. 무엇을 먼저 하느냐에 따라 가족들이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금의 총액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2020년 1심은 〈상속 후 공제〉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퇴직연금을 유족 3명이 정해진 비율에 따라 상속받은 뒤, 유족연금을 받는 배우자 A씨에 한해서만 그만큼 빼는 방법입니다.

1심 재판부는 국민연금에 관한 기존 상속 후 공제 판례(대법원 2011.11.27 선고 2011다57401)와 산재보험법 관련 판례(대법원 2009.5.21 선고 2008다13104)를 참고해 판단했습니다. 국민연금과 산재보험금을 먼저 공평하게 상속한 다음에 유족 급여를 받는 사람에 한해 공제해야 한다는 판결입니다. 유족급여를 받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의 형평성을 고려하고 상속인의 권리를 더 보호한 판결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사학연금에 관한 기존 판례(1994. 2. 25. 선고 93다57346)에 따라 〈공제 후 상속〉 방법을 적용했습니다. 상속되기 전의 퇴직연금에서 유족연금을 뺀 다음, 남은 몫을 3명에게 상속하는 겁니다.

1심과 2심의 계산 방법이 달라지며, 자녀 2명은 1심 판결에 비해 각각 3천 7백만 원 씩, 총 7천 2백여만 원을 덜 받게 됐습니다.

사건을 넘겨받은 대법원은 1심과 2심의 계산법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 전원합의체를 열어 심리했고, 사학연금·공무원연금 등의 사례에서도 1심과 같이 '상속 후 공제' 방법을 적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기존과 같은 '공제 후 상속' 방식은 "사회보장제도를 유지하는 돈으로 가해자의 책임을 면제시키는 결과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사회보장적 성격이 강한 유족급여를 넓은 범위에서 공제하는 건 결국 가해자가 배상해야 할 돈을 줄여주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상속인들의 권리를 더욱 보호하기 위한 판결"이라고 판결의 의의를 설명했습니다.



조해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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