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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인터뷰] 주지훈 "'조명가게' 따뜻한 이야기 친절한 사람 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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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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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주지훈(42)이 그야말로 2024년을 작품으로 꽉 채웠다. 디즈니+ 시리즈 '지배종'을 시작으로,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tvN 드라마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 지난 18일 최종회가 공개된 디즈니+ 시리즈 '조명가게'까지 총 네 개의 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조명가게'는 지금까지 보여줬던 주지훈의 연기와 가장 많이 달랐다. 이 작품은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에 어딘가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극 중 주지훈은 조명가게를 지키며 나이도, 표정도 가늠할 수 없는 묵직한 존재감으로 미스터리함을 선사하는 원영 역을 소화했다.

극 내내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 눈빛으로 표현하는 연기엔 한계가 있었다. 초반에 많이 감춰져 있고 뒤에 강력한 서사가 있는 반전 캐릭터라 균형감 있게 극을 끌고 나가는 게 중요했다. 주지훈은 맡은 몫을 톡톡히 해냈고 첫 연출 데뷔에 나선 절친한 형 김희원의 든든한 오른팔이 됐다.

-종영 소감은.

"행복하다. 반응을 찾아보는 스타일은 아닌데 작품 자체를 재밌게 봐준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원작을 봤나.

"합류하고 나서도 보지 않았다. 감독, 작가님께 물어봐서 봤는데 안 봐도 상관없다고 하더라. 각색이 되어서 그런 것 같다."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희원이 형이 추천할 작품이 있다고 전화가 왔더라. 대본을 받고 다음 날 카페에서 만났다. 원작을 보지 않아서 선입견이 없었다. 재밌었다. 그리고 첫 연출이지만 형에게 신뢰가 갔다. 강풀 작가님의 '무빙'이 공개되기 전에 출연을 결정했다. 작가님의 팬이었다."

-원영이란 캐릭터의 어떤 점에 끌렸는지 궁금하다.

"희원이 형이 처음부터 원영 캐릭터로 결정하고 내게 대본을 준 게 아니라 친하니까 반 장난식으로 '네가 하고 싶은 걸 골라'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어떤 캐릭터에 집중해서 대본을 보지 않았다. 그냥 작품 자체가 재밌었고 다 읽고 나서 원영이를 하겠다고 했다. 왜 끌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극 중 원영 자체가 연출의 시선, 일종의 관객의 시선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지점이 흥미로웠다."

-이번 작품을 통해 어떤 점을 보여주고 싶었나.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었던 건 아니다. 언젠가부터 캐릭터 하나를 파는 식으로 연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팔 시간에 감독님, 작가님과 만나 시간을 보낸다. 내가 나오지 않는 신, 작품 전반적인 것들에 관심이 많다. 그걸 먼저 해놓으면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나오는 것 같다. '조명가게' 역시 그랬다. 미스터리 호러로 시작하지 않나. 이러한 무드가 4회까지 이어진다. 시청자들이 봤을 때 명확하지 않은 질문을 던지는데 흥미를 잃지 않고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결국 배우는 미장센 중 하나다. 더욱이 이 작품에선 완벽한 미장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추럴한 연기를 하려고 했다. 경계를 지키는 자라는 걸 시청자들이 처음엔 모르지 않나. 내가 그런 걸 알더라고 알고 연기하는 티가 나면 시청자들과 단절될 수 있기에 계속 모니터하며 연기했다."

-김희원 감독은 현장에서 어떤 감독이었나.

"(감독으로서) 최고였다. '너 엄마를 사랑해?'라고 물으면 당연한 것 아닌가. 모든 감독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대부분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당연한 것들이 있는데 하지 않고 있다. 배우는 월세살이다. 계속 남의 집에 가지 않나. 그 분위기를 느낀다. 프리 프로덕션은 당연하게 감독이 해야 하는 일이다. 해야 할 일을 한 것인데 그렇게 하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몫을 제대로 소화했다. 아주 충실하게 했다."



-김희원 감독이 두 번째 연출작도 같이 하자고 한다면.

"대본도 보지 않고 할 것이다.(웃음) 나랑 친하거나 친절해서라기보다 자기의 몫을 얼마나, 그것에 대한 신뢰를 준다면 흥행과 상관없이 함께하고 싶다. 한번 작품을 하면 6개월 넘는 시간을 그 작품과 함께하지 않나. 한번 사는 인생이고 내게도 소중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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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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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내내 선글라스를 쓰고 나온다.

"이 작품을 보면 배우들의 감정이 세지 않나. 그런데 배우보다 작품의 메시지가 중요하다. 배우의 감정이 세니까 배우가 끌고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후순위다. 배우로서 연기를 하드캐리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배우로서 무기는 잃지만 대신 나와 상대 배우, 공간까지 다 미장센인 것이다. 그 정서를 그대로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배우 라인업이 훌륭하지 않나. 신뢰 가는 배우들이라 믿고 던질 수 있었다."

-매번 다른 연기를 보여주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사실 되게 막막했다. 내가 하지 않은 것에서 끌고 올 수는 없지 않나. 배우가 일을 오래하고 작품 수가 많다고 해서 여유롭지는 않다. 항상 두렵다. 시청자들 입장에선 유사한 캐릭터가 있을 수 있다. 연기하는 입장에선 유사한 걸 인지하지만 0.1의 각도라도 벌어지면 다르게 느껴진다. 내 기억에 있는 것들에 많이 의지하며 진짜 감정인지 가짜 감정인지 모르겠지만 실제와 유사한 환경에 들어가 있으면 선물처럼 그러한 감정을 느낀다. 내가 혼자 노력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선배 이정은과 부녀 호흡을 맞췄다.

"어려운 게 없었다. 배우 입장에선 편집으로 순서가 바뀐 것뿐이지 인물의 서사가 되게 디테일하게 빌드업이 되어 있었다. 감정을 혼자 상상하거나 일부러 만들어야 할 게 없는 상황에서 이정은 누나 같은 좋은 동료가 오면 자연스럽게 연기를 할 수 있다. 상황이 민망하지 않았다. 처음에 정은 선배가 전구를 달라며 등장하는 신 있지 않나. 알고 있지만 모르고 있어야 하니 진짜 참아야 하는 싸움이더라. 내면에서 감정을 참는 싸움을 했다."



-작품 끝나고 공백기는 어떻게 보내나.

"운이 좋게도 10년째 행운처럼 날 찾아주고 있다. 쉬면서 다음 작품 할 것들 준비한다. 아무래도 혼자 준비하는 편이 아니다 보니 오랜 시간이 걸린다."

-연출에 대한 관심이 있나.

"연출은 관심이 없고 제작은 관심이 많다. 사실 돈을 끌어오는 건 2, 3차의 문제고 1차는 재밌는 이야기를 구성하는 점에서 끌린다. 어떤 소재를 발탁하고 이 소재에 맞는 감독님, 작가님을 섭외하고 그러면서 이 이야기의 살을 붙여 나가는 작업이 재밌는 것 같다. 결국은 투자 심사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를 생각하고 있다. 앞서 방향성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을 때 꽤 많은 칭찬을 받았고 작품에 반영도 꽤 되어서 그 부분에 대한 욕심이 있다. 연출은 다 끝나면 후반작업을 해야 하지 않나. 그게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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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내가 한 것 중에 장르 자체가 로맨틱 코미디인 건 이 작품이 처음이다. 어떤 장르 안에서 위트 있는 연기나 캐릭터가 있던 건 맞는데 일상적인 장르 자체가 로코인 것은 처음이 맞다. 해보니 좋은 것 같다. 요즘 장기적인 경기 침체이지 않나.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소소한 기쁨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참여하게 됐다. 내가 연기한 걸 보면 얼마나 긴장되겠나. 근데 이 작품은 툭 내려놓고 본다. 박장대소는 아니더라도 '하하하 웃긴다' 그러면서 맥주 한 잔 마시는 것 같다."

-작품을 고르는 특별한 기준이 있나.



"시청자로서나 관객으로서는 대부분 장르를 좋아하고 즐긴다. 뮤지컬도 연극도 좋아해서 많이 보러 다닌다. 작품을 고를 때 다만 대본이 쉽게 넘어가는 걸 선호한다. 대본을 보는데 그 자체로 이해가 안 된다면 관객들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흥행에 대한 솔직한 생각은.

"사람이 아는 만큼 보이지 않나. 열심히 만들어서 사랑받는 작품도 있고 외면받는 것도 있다. 외면받으면 가슴이 찢어진다. 열심히 만들고 최선을 다했다고 해서 무조건 사랑받는 건 아니지 않나. 작품을 좋아해 주는 것 자체가 그저 감사한 일인 것 같다."

-요즘 고민은.

"별 고민이 없는 게 고민이다. 좋게 말하면 안정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재미가 없다. 큰 희로애락이 없다. 액세서리를 사서 모았는데 어디 하고 나갈 곳이 없더라. 촬영장에 가면 거기서 주는 옷 입지 않나. 그래서 오늘은 블링블링하게 좀 힘을 주고 나왔다."



-다가오는 2025년을 어떻게 보내고 싶나.

"지금 나뿐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신이 나는 일이 없지 않나. 내년에는 경기가 좋아지든 재미가 있는 일이 생기든 좀 더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조명가게'가 개인적으로 따뜻한 시선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따뜻한 시선이 지금보다 더 많이 존재하는 2025년이 되길 바란다. 개인적으로도 좀 더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황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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