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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샌드박스로 ‘AI 피난 유도등’ 상용화 길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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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규제 특례 컨설팅 지원… 신기술-신사업 등 규제 면제

반려동물 동반 가능 음식점 등… 11개 기업, 정부 특례 승인받아

“다양한 생활 속 규제 혁신 추진”

동아일보

다중이용시설에서 불이 났을 때 상황에 따라 방향 지시등이 변해 최적의 대피 경로를 안내하는 ‘인공지능(AI) 가변식 스마트 피난 유도등’의 모습. 이 사업은 경기도의 컨설팅을 받은 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규제특례심의위원회 특례를 승인받았다. 경기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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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선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에서 불이 났을 때 상황에 따라 방향 지시등이 변하는 유도등을 통해 최적의 대피 경로를 찾아준다. 첨단 기술이 많은 사람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소방시설 법령상에 ‘인공지능(AI) 기반 시스템이 포함된 무선식 유도등’에 대한 인증 기준이 없어 AI 피난 유도등을 사용할 수 없다. 이미 3년 전에 AI 피난 유도등을 개발한 업체가 사업에 뛰어들지 못했던 이유다. 윤근호 선우엘 영업부장은 “우리가 개발한 제품은 해외와 차별화된 인공지능 성능을 보유하고 있지만 국내서 적용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 패스트트랙 활용해 규제 신속 해소

경기도는 이 같은 기업의 어려움을 듣고 컨설팅을 지원해 11개 업체가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의 규제특례심의위원회 특례를 승인받았다고 21일 밝혔다. 규제샌드박스는 신기술이나 신사업을 시도할 수 있도록 일정 조건에서 규제를 면제·유예해 주는 제도다.

이번에 승인받은 사업에는 ‘AI 가변식 스마트 피난 유도등’이 포함됐다. AI 시스템을 도입한 스마트 유도등은 화재 발생 지점을 피해 신속하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방향 지시등을 변경하면서 최적의 대피 경로를 안내한다. 윤 부장은 “기존 피난 유도등은 비상구와 피난 방향이 고정돼 있어 화재 시 실시간 방향을 알려주기 어려웠다”며 “화재 발생 시 안전한 방향으로 빠르게 대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실증 사업은 2000명 이상의 다중이용시설 두 곳에 유도등을 설치해 운영해 본다. 경기도 관계자는 “실증 과정에서 소방청 등 관련 기관들과 협의해 실제 대피 상황에서 실효성 등을 점검해 내년에 다중이용시설에 기술이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려동물 동반 출입 음식점·카페’는 동일·유사 과제에 대해 패스트트랙 제도를 활용한 사례다. 5곳의 반려동물 카페가 신청해 승인됐다. 현행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음식점에서 반려동물은 별도 공간으로 사람과 분리돼야 출입할 수 있고, 같은 장소에서 식사할 수 없었다. 정성훈 카페사개 대표는 “경기도가 신청서 작성부터 사업 계획 수립, 법률 검토까지 도움을 줘 규제 실증 특례 승인을 받았다”며 “지금은 손님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출입할 수 있어 매출이 많이 올랐다”고 했다.

● 5년간 159개 기업 컨설팅

경기도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2019년부터 159개 기업에서 191건의 규제샌드박스를 신청받아 컨설팅했다. ‘택배차 사고 ·고장 시 자가용 화물자동차 대여 서비스’ 등 모빌리티 혁신과 산업 융합 등 신청 종류도 다양하다. 스타트업 기업 등이 신청하면 신청서 작성과 해외사례 조사 등 전 과정에서 전문가들이 붙어 사전 컨설팅을 돕는다. 한 참여 업체는 “우리 같은 작은 기업이 신기술을 개발해도 많은 규제가 있어 상용화하는 데 걸림돌이 많다”며 “경기도의 적극적인 규제 개혁으로 현장의 어려움을 풀어 사업화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규제 특례를 승인받은 기업에는 심사를 거쳐 시제품 설계 제작 실증 비용과 책임보험료 등 최대 1억 원을 지원한다. 올해까지 총 50개 기업에 약 42억 원을 투입했다. 내년 2월부터 이지비즈를 통해 신청받는다. 김평원 경기도 규제개혁과장은 “중소기업 규제와 다양한 생활 속의 규제를 찾아 지속적으로 규제 혁신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진 기자 lk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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