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조합원들이 21일 오전 서울역 앞에서 총파업 예고 기자회견을 열어 임금 인상과 인력 확충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정부와 사측의 입장 변화가 없다면 12월 5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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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부터 외주화·인력감축 중단 등을 내걸고 ‘준법투쟁’을 벌이고 있는 전국철도노동조합이 다음달 5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철도노조는 21일 오전 서울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와 철도공사의 입장 변화가 없다면 12월5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공사와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는 대화를 통한 원만한 해결을 철저히 외면해왔다”며 “시민의 안전과 열차의 안전, 정당한 노동을 인정받기 위한 철도노동자의 투쟁은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부터 공사와 임금·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는 철도노조는 ‘외주화 중단’과 ‘인력 충원’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개통했거나 개통 예정인 철도 노선은 9개 노선 51개 역에 이르는데, 공사가 이를 위한 인력을 제대로 충원하지 않고 역사 운영 등 일부 업무에 대해 외주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공공기관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으로 내세운 기본급 2.5% 인상과 성과급 정상 지급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공사 쪽은 “신규노선 개통에 필요한 필수 운영인력을 확보해 사전 배치 완료했다”며 “임금도 정부 기준을 준수해 지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준법투쟁’으로 인해 일부 열차의 지연이 발생하자 공사가 준법투쟁을 ‘태업’이라고 규정한 데 대해서도 철도노조는 비판했다. 철도공사의 안전·업무규정을 지키며 열차 운행을 비롯한 작업을 하고 있는데, ‘규정 준수’가 어떻게 태업이 될 수 있냐는 것이다.
철도노조가 특히 반발하는 것은 기관사·차장 등 열차승무원들이 열차 출발·도착 뒤 화장실을 가는 것을 태업이라 본 것이다. 정주회 철도노조 구로승무지부장은 “노조는 그동안 주요 종착역에 화장실을 설치해달라고 요구해왔고, 그때마다 공사는 마음 놓고 일반 화장실을 가도 좋다고 해왔다”며 “실제로 화장실을 다녀와 열차 운행에 지장이 생기니 ‘태업’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준법투쟁으로 인한 열차 지연은 노조가 요구하는 인력 충원의 필요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단체협약에 따라 6일 가운데 휴일 이틀이 보장되는 철도공사 열차승무원(기관사·차장)들은 준법투쟁 기간 동안 휴일근로를 거부하고 있다. 정 지부장은 “구로승무사업소는 정원 262명에 현원은 241명에 불과해 휴일근로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공사는 오히려 정원을 줄이겠다고 한다”며 “휴일근로를 안 했다고 열차 운행에 지장이 생기는 것 자체가 인력 운영의 문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조합원들은 준법투쟁을 계기로 노동자와 승객의 안전이 확보된다고도 주장한다. 케이티엑스(KTX) 정비노동자 김아무개(52)씨는 “열차 운행률이 높아져 열차를 빠르게 점검하고 수리하면서 사소한 부분은 생략검수하는 사례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사고가 날까 봐 늘 불안했다”며 “매뉴얼대로 작업을 하니 요즘만큼 마음 편한 날도 없다”고 했다. 화물열차 분리·연결 등의 작업을 하는 권오선 철도노조 제천역지부장도 “공사는 사고가 나면 근본 원인을 찾기보다 현장에서 도저히 지키기 어려운 규칙들을 추가하고 작업자 책임으로 돌렸다”며 “준법투쟁 기간에 공사의 작업 매뉴얼의 문제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했다.
김해정 박태우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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