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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자동차, 관세 정책 ‘제1타깃’ 우려…조선·방위 산업엔 ‘기회의 창’ [2025 대예측: 슈퍼 트럼프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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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 (2) 산업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주요 공약인 보편 관세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10~20% 관세를 부과하는 게 핵심이다. 대부분 국내 기업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2025년 사업 전략 시나리오 점검에 돌입했다.

매경이코노미가 인터뷰한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배민근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박용정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장 등 경제·산업 전문가는 우리 산업계에 대해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대응 전략에 따라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단 낙관론도 내비쳤다. 이들은 한국 주력 산업 대부분이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면서, 대미 흑자 비중이 높은 우리 자동차 산업이 관세 정책 최우선 타깃으로 지목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중국 무역 봉쇄에 따른 국내 산업계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방위 산업과 조선 등 일부 산업에서는 ‘기회의 창’이 열릴 것이라는 희망도 내비쳤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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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견제 산업은 어디

자동차 타깃 될 듯

전광우 이사장은 국제금융 전문가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금융당국 수장을 맡아 산업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집중 견제를 받을 유력 산업군으로 자동차를 지목했다. 전광우 이사장은 “현재 무역수지 구조를 면밀히 뜯어보면 미국 입장에선 우리 자동차 산업을 집중 견제의 첫 타깃으로 삼을 공산이 높다”고 지적한다. 앞서 트럼프 1기 땐 한국의 대미 수출품 가운데 철강에 대한 견제가 심했다.

전 이사장은 우리 자동차 산업이 미국에서 막대한 무역 흑자를 보고 있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견제구를 대비해야 할 것으로 봤다. 그는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역대 최대인 444억달러에 달했는데, 이 가운데 자동차 수출은 대미 전체 수출량의 약 30%를 차지했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선 국가 안보와 대미 흑자 등을 이유로 자동차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 지적한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특정 품목에 고율 관세 부과·수입량 제한을 가능케 하는 법안이다.

민간경제연구소 전문가 역시 전 이사장과 전망을 같이한다. 배민근 연구위원은 “자동차는 철강, 에너지, 소재 등 거의 모든 산업 정책을 포괄하는 대표적인 내구재”라며 “최근 수년간 대미 흑자를 가파르게 늘려온 우리 자동차가 최우선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박용정 산업연구실장은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부문이 대미 무역 흑자폭이 큰 산업이라는 점에서 우려된다”며 “국내 자동차 기업의 미국 생산기지를 중심으로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는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산업 역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배민근 연구위원은 “공화당이 행정과 입법 모두를 싹쓸이하는 ‘레드 스윕(Red sweep)’에 성공했기 때문에 미국 내 전기차 판매 보조금 대폭 축소 또는 철폐도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라는 판단”이라며 “일론 머스크 입장에서도 전기차 판매 보조금 축소 또는 폐지가 후발 주자의 시장 진입을 견제하는 장벽 역할을 할 수 있으므로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 봤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급부상했지만, 일찌감치 선두 지위를 구축한 만큼 전기차 산업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타격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기회의 창’ 열리는 산업은

조선 MRO·방위 산업 수혜 가능

전문가들은 조선업과 방위 산업에서 ‘기회의 창’이 열릴 것으로 기대했다. 전광우 이사장은 “미국 함정 수리를 중국 조선사에 맡기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며 “세계적인 조선 건조 역량과 함정 유지, 보수 역량을 갖춘 국내 조선업계가 수혜를 누릴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1월 7일 윤석열 대통령과 첫 통화에서 “세계적인 한국의 군함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고 선박 수출뿐 아니라 보수, 수리, 정비 분야에서도 긴밀한 양국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용정 실장도 “미국 내 에너지 개발 장려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설비 확충 등으로 우리 조선업 수주 증가가 기대된다”고 보탰다. 조선업계에서는 미 해군이 발주한 ‘함정 MRO(유지·보수)’ 사업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주목받을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방위 산업도 기대 산업군에서 빠지지 않는다. 전 이사장은 “트럼프 당선인은 ‘세계의 경찰’ 역할을 축소하겠다고 밝혀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등 주요 국가에 방위비 분담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국 방산 기업이 미국뿐 아니라 제3국 시장에서 수출 기회를 확대할 가능성을 제공한다”고 진단한다. 박용정 실장도 “트럼프 당선인이 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의 방위비 인상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국방 예산은 바이든 정부보다 커질 공산이 크다”며 “협력 강화를 통한 중장기적 방산 수출 기회 확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배민근 연구위원은 AI 전력원으로 원전을 주목한다. 그는 “트럼프는 원전에 대해서는 매우 수용적인 태도를 보이므로, 원전 재가동이나 가동 연한 연장 등 조치를 서둘러 시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신규 수주는 물론 향후 원전 수리와 보수, 유지 등에 대한 국내 기업 일감도 늘어날 수 있다”고 짚었다.

우리 기업 전략은

공급망 다변화 가속

우리 산업계와 기업은 고차방정식 수준의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할 처지다.

전광우 이사장은 당장 트럼프의 강력한 중국 봉쇄 정책에 따른 충격파를 대비하는 한편, 수출 전략 국가·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 이사장은 “수출 지역 다변화 등 장기간에 걸쳐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미국의 강력한 중국 봉쇄로 우리 산업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한다. 전 이사장은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만큼, 미국 견제로 중국 완제품의 대미 수출이 줄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우리나라에도 연쇄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한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공급망 연계성을 고려한 대중 수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트럼프 바람대로 관세가 인상되면 한국의 대중 수출 연계 생산이 6%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대중 수출 연계 생산은 중국의 생산 활동이 한국 생산을 얼마나 유발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배민근 위원은 향후 중국과 공급망 확보 경쟁을 대비해야 한다는 진단을 내놔 눈길을 끈다. 미국의 강력한 견제로 중국 역시 미국 이외 유럽, 동남아, 중남미, 인도 등으로 다각화·다변화에 드라이브를 걸 수밖에 없다. 배 위원은 “우리 기업 역시 공급망·수출선 다변화 과정에서 세계 곳곳에서 중국과 격렬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며 “대중국 경쟁 전략을 보다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재점검하고 환경 변화에 대한 센싱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한다.

배 위원은 극단적인 미국우선주의가 트럼프 개인에 국한되지 않고 ‘제2, 제3트럼프’가 나타나 거대한 정치 조류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는 ‘섬뜩한’ 지적도 내놨다. “‘트럼피즘’이 트럼프 한 사람에 국한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연속적인 조류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유의해야 한다”는 게 배민근 연구위원 진단이다.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5호 (2024.11.20~2024.11.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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