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연금 먼저 공제 후 상속’ 판례 30년만에 변경
대법 전합 “상속분 못 받는 유족 생겨 형평성 문제”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장애인 접근권 국가배상소송’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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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원 등이 사고로 사망한 유족에게 연금을 지급할 때 퇴직연금에 상당하는 금액을 유족에게 먼저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사망한 사람의 퇴직연금에 해당하는 손해배상금을 상속인들에게 더 많이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유족연금은 퇴직연금 상속 후 공제하라고 했다. ‘퇴직연금 상속분을 계산할 때 유족연금을 받은 사람이 있다면 이를 먼저 공제한 뒤 남은 상속분만 분배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30년 만에 바뀌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1일 A씨의 유족이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사고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청구한 소송에서 전원 일치 의견으로 원심판결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로 근무하던 A씨는 2016년 9월 충북 단양군의 한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몰다가 중앙선을 침범해 유턴하던 택시와 충돌해 숨졌다. A씨의 배우자와 자녀들은 사고 배상 책임이 있는 택시조합연합회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A씨가 살아있었다면 정년까지 근무하면서 받았을 급여와 퇴직연금 등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의 쟁점은 A씨의 배우자가 받은 유족연금을 퇴직연금 성격의 손해배상금에서 먼저 제외하고 상속 금액을 계산해야 하는지였다.
A씨 유족들은 퇴직연금을 유족에게 나눠 상속한 후 유족연금을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상속 후 공제설). 예를들어 유족들이 받게 된 퇴직연금이 2억원이라면 각각 나눠 60세 이상인 배우자(8000만원), 25세 이상인 자녀 2명(1억2000만원)에게 나눠줘야 한다는 것이다. 유족연금을 1억원을 받았다면, 이후에 유족연금을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족연금은 국민연금법을 기준으로 25세 이상 자녀나 60세 미만 부모는 제외된다. 이 때문에 A씨 배우자가 손에 쥐는 돈은 유족연금이 공제돼 ‘0’원이 되지만, 유족이 최종 수령하게 되는 퇴직연금 총액은 자녀들이 받는 총 1억2000만원이 된다. 1심 재판부는 이 계산법에 따라 A씨 유족 측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A씨 배우자가 받은 유족연금을 먼저 공제하고 남은 상속분만 배분해야 한다(공제 후 상속설)고 판단했다. 이 계산법에 따르면 퇴직연금 2억원에서 유족연금 1억을 공제하고 남은 1억원이 상속 금액의 기준이 된다. 결과적으로 A씨 유족은 1억원만 상속을 받게돼 2000만원의 돈을 더 받지 못하는 결과가 된다.
대법원은 1심 판단을 수긍하고 2심 판단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퇴직연금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에서 직무상유족연금 등의 공제 순서와 그 인적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또 대법원은 “‘상속 후 공제’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피해자인 망인의 상속인들의 권리를 더욱 보호하고, 생활보장적 성격으로 지급되는 것으로서 사회보장법률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함을 확인했다”고 판결 의의를 설명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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