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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 (목)

"러, 우크라에 ICBM 쐈다"…美∙英 미사일 공격에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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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2022년 5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 열병식에 등장한 야르스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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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이 21일 오전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고 우크라이나군이 발표했다. 개전 1000일이 넘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ICBM이 발사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다만 러시아 측은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군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러시아가 거리상 우크라이나를 사거리 수천㎞의 ICBM으로 공격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이는 자국산 장거리 미사일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영토 공격을 허용한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을 공격할 수 있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 위협' 메시지로 보인다.

로이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공군은 텔레그램을 통해 “이날 오전 5~7시 러시아군이 ICBM과 극초음속 미사일인 Kh-47M2 킨잘, 7발의 Kh-101 순항 미사일 등으로 우크라이나 중부 드니프로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ICBM은 러시아 남부 아스트라한에서 발사됐다고 주장했다. 독일 DPA 통신도 이날 새벽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습 경보가 울렸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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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지난 10월 26일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발사한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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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우크라이나군은 ICBM의 타격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가 발사했다는 ICBM이 어떤 모델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사거리가 수천 ㎞에 달하는 전략무기인 ICBM은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지만 재래식 탄두도 장착해 발사할 수 있다.

대신 우크라이나군은 “대공 미사일 부대가 이중 Kh-101 미사일 6발을 격추했다” 며 “현재까지 보고된 사상자 정보는 없다”고 밝혔다. 세르히 리삭 드니프로 주지사는 “도시에서 두 건의 화재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 크렘린궁은 이날 우크라이나군의 발표에 대한 확인을 거부했다.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ICBM 발사 여부를 확인해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군에 연락하길 추천한다. 이 주제에 대해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답했다.

다만 서방 관리들은 우크라이나의 주장을 부인했다.

21일 CNN에 따르면 이날 서방 관리는 라오스에서 열린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에서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드니프로에 발사한 미사일은 탄도미사일이지만, ICBM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사일의 제원을 평가 중"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익명의 서방 관리는 ABC뉴스에 "드니프로를 겨냥해 탄도미사일이 발사됐지만, ICBM 발사로 보이지 않는다"며 우크라이나군의 주장을 부인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핵 전문가인 파벨 포드빅은 소셜미디어에 "이번에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무기가 ICBM인지 여부를 단정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가 아직 없다"며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이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 발사한 ICBM은 RS-26 루베즈라고 전했다. RS-24 야르스를 기반으로 개발된 RS-26 루베즈는 최대 사거리 5800㎞인 극초음속 미사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지난 19~20일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와 영국산 공대지 순항 미사일 스톰 섀도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한 직후 단행된 것이다. 해당 사실이 알려진 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에 ICBM을 포함한 대규모 공습을 할 것이란 보도가 나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0일 “러시아군이 키이우를 향해 RS-26 ICBM을 발사하기 위해 준비 중” 이라며 “RS-26은 음속의 5배 속도로 비행해 우크라이나가 미국으로부터 제공받은 요격 시스템인 패트리엇 미사일로는 격추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이번 ICBM 발사는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영국·프랑스 등 서방국가를 향한 푸틴의 ‘핵 위협’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19일 푸틴은 비핵보유국이라도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했을 경우 핵무기로 보복 공격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핵억제력 분야의 국가정책 기초’(핵 교리) 개정을 승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재래식 미사일을 사용하면 핵 대응이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하며 핵교리 개정이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편 러시아 국방부는 전날 우크라이나가 발사한 영국제 스톰섀도 공대지 순항미사일 2기를 격추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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