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1일 오전 수원시 팔달구 못골종합시장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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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경기도를 찾아 김동연 경기지사와 함께 전통시장을 돌고 소상공인들을 면담했다.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아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한 상황에서 계파에 구애받지 않는 ‘단일대오’를 강조한 행보로 풀이된다. 두 사람은 ‘이재명표 공약’인 지역화폐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부의 정책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김 지사와 함께 경기 수원시 못골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을 만났다. 지지자들은 이 대표를 따라다니며 ‘이재명’을 연호했다. ‘이재명 힘내라!’가 적힌 손팻말을 든 지지자들도 눈에 띄었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에서 피선거권 박탈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오는 25일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 대표와 김 지사는 이후 수원 영동시장으로 이동해 ‘지역사랑상품권 국고 지원을 위한 전통시장 소상공인 민생현장’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을 나란히 비판했다. 이 대표는 정부가 지역화폐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데 대해 “온누리(상품권)는 되고 지역화폐는 안 된다고 죽어라 우긴다”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상임위(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2조원을 증액했는데 증액은 정부가 동의 안 하면 못 한다”라며 “정부는 민주당을 전혀 무서워하거나 존중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을 두려워하는지는 잘 모르겠다”라며 “국민들의 일반적인 의사, 소위 여론이라는 것도 잘 존중하지 않는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자영업자 부채 탕감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 대표는 “국가는 부채가 늘지 않아서 좋다고 자랑했지만, (다른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그대로이고 가계부채, 개인부채만 잔뜩 늘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치가 대리인을 뽑아 우리가 원하는 바를 대신하게 만드는 것인데, 그 대리인들이 우리의 삶에 관심 갖지 않고 우리 뜻과 다르게 행동하면 주인이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1일 오전 경기도 팔달구 영동시장 대강당에서 전국상인연합회·소상공인연합회·상점가 상인회 간담회을 갖고 있다. 이준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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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지사는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도 한국경제 성장률을 종전 전망치(2.2%)에서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사실을 언급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 인식이 과연 우리의 현실을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인지, 대한민국 대통령인지, 달나라 대통령인지 대단히 우려스럽다”라고 밝혔다.
김 지사는 “경기도는 내년에 지역화폐 예산 1043억원을 편성해 내년도에 3조5000억원 정도 발행하겠다는 굳건한 정책 방향을 가지고 있다”라며 “민주당과 경기도는 민생 살리기, 경제 제대로 살리기에 함께 힘을 합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지역화폐 정책에는 힘을 실은 것이다.
이 대표가 ‘잠재적 대권 경쟁자’로 꼽히는 김 지사와 함께 일정을 소화한 것은 현실화한 사법 리스크로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계파간 분열을 막고 단합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어려울 때일수록 당이 하나가 돼야 한다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도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엄중한 상황에서 신 3김(김 지사·김부겸 전 국무총리·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이니 플랜B 이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행보에는 사법 리스크에 집중된 여론을 민생으로 돌리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이 대표는 선거법 1심 선고 이후 꾸준히 경제 관련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전날 주식 투자자를 만나 상법 개정을 강조하며 배임죄 완화를 시사했고,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대해선 “배당이 정상화될 수 있으면 (세수) 총량이 더 많아질 수 있다”라며 전향적 입장을 보였다.
이 대표의 경제 행보는 ‘우클릭’을 통한 중도층 지지 확장 의도를 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는 전날 주52시간제 완화와 관련해 “제도 때문에 기업 경쟁력이 떨어진다면 엄격하게 제한해 추가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경영계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완화 요구를 두고는 “어쨌든 털어놓고 논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진보진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동의한데 이어 노동 현안에서도 재계 입장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여지를 열어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수원 |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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