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측에 산재보상 지급 판결
베이징의 시내에서 한 메이퇀 소속 배달원이 전기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고 있다. /박은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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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법원이 온라인 업체와 근로계약을 맺지 않고 일하다 다친 배달원에게도 산재보험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근로계약 여부와 관계없이 이 배달원을 노동자로 본 것이다.
21일 인민일보에 따르면 배달원 샤오허는 2022년 7월 식당에 음식을 받으러 가다가 넘어져 부상을 당했다. 그는 3개월 전부터 해당 업체에 소속돼 일하기 시작했지만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다. 따라서 사회보험(한국의 4대보험)료를 납부한 적도 없었다.
샤오허는 노동분쟁조정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했으나 근로계약서가 없다는 이유로 노동관계를 인정받지 못했다. 샤오허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그가 노동자라고 판결했다. 샤오허는 이 판결을 근거로 현지 인적자원및사회보장국으로부터 산재를 인정받자 업체 측이 다시 소송을 걸었다.
업체 측은 “회사와 샤오허가 체결한 것은 배달 도급 협의로, 회사와 샤오허의 관계는 도급관계이지 노사관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업체 측은 샤오허에 대해 노동계약의 가장 본질적 속성이라고 할 수 있는 근로감독도 실시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담당한 푸젠성 푸저우시 구러우구 인민법원은 샤오허가 노동자가 맞다고 재차 확인하면서 회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현재 수많은 기업이 고용 책임을 줄이려고 재하청이나 협력·도급 협의 등 방식을 통해 (노동관계가 아닌) 다른 민사관계의 외관으로 고용관계의 본질을 덮으려 시도하고 있다”며 “이는 택배 배송원이나 음식 배달 기사 등 새로운 직업의 노동관계 인정에 도전을 가져다줬고, 나아가 이 집단의 노동권익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그러면서 이런 종류의 사건을 심리할 때에는 “회사의 출근 기록과 복장 관리, 주문 전달, 성과 평가, 임금 지급 등 노동자와 회사 사이에 사실상의 노동관계가 존재하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근로계약서 유무보다 실질적으로 회사에 소속돼 일을 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법원은 아울러 배달원들은 서면 노동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고, 회사가 일률 지급한 전기 오토바이나 휴대전화, 각종 문건, 자신의 업무 시간, 성과 평가 관리 내역 등 노동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노동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 수집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중국에서는 지난 몇년 간 코로나19와 경기침체를 거치며 배달원이 크게 늘었다. 메이퇀 등 대형 플랫폼에 소속된 배달 노동자만 1200만명을 넘는다고 알려졌다. 배달원 대부분 소득이 낮고 도시 호적이 없어 차별받는 농촌 출신이며, 최근에는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인해 배달에 뛰어드는 젊은층도 많아졌다고 전해졌다.
플랫폼 업체는 배달원과 식당 양쪽에 알고리즘에 따른 저가경쟁을 강요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알고리즘으로 결정된 시간 내 배달하지 못하는 배달원에게 벌금을 물리는 정책은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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