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국제 병원의료산업 박람회(KHF 2024)'를 찾은 외국인 바이어들이 지면보행 웨어러블 재활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보건복지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국무조정실과 21일 국무총리 주재 제49회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의 ‘시장 즉시진입 가능 의료기술 제도’를 신설해 내년 하반기부터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밝힌 ‘시장 즉시진입 가능 의료기술’ 제도의 목적은 “새롭고 다양한 의료기술의 발전을 위해 길을 터주기 위함”이다. 정병규 국무조정실 규제혁신기획관은 “인공지능(AI) 기술을 의료기기에 접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정책적 관점에서 제약·바이오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데, 제도가 혁신 의료기기들의 시장 진입을 막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현재 새로운 의료기기가 시장에 진입하려면 절차가 간단치 않다. 4단계를 거쳐 최대 490일이 소요된다. 먼저 식약처의 인허가(최대 80일)를 받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신기술 확인(30∼60일)을 거친다. 이후 새 기술일 경우 다시 신의료기술평가도 받아야 한다.
신의료기술평가는 의료기기를 활용하는 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을 검증한다. 이 단계에서 최대 250일이 소요된다. 이후 건강보험 등재(100일) 절차가 가능하다. 이후 건보가 적용되는 ‘급여’ 혹은 환자가 100% 부담하는 ‘비급여’로 나뉘어 시장에 진입한다.
이 때문에 의료기기 업계는 시장 진입에만 1년 넘게 걸리는 현행 제도가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 등을 통해 기간을 단축했지만 업계 불만을 해소하긴 어려웠다.
정부가 내년 하반기 도입하는 ‘시장 즉시 진입 가능 의료기술 제도’는 절차가 간소화됐다. 식약처 허가 후 새로운 기술이면 별도 절차 없이 즉시 3년 동안 비급여로 의료현장에서 쓴다. 이렇게 되면 최소 80일 이내에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 3년 후 신의료기술평가와 건보 등재 절차 등을 거쳐 급여·비급여 등으로 분류된다.
시장 즉시진입 가능 의료기술 제도의 절차. 보건복지부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안전성 우려와 관련 정부는 첫 단계인 식약처의 의료기기 인허가 단계에서 임상평가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미국·EU 등 국제 의료기기 규제당국자 포럼이 마련한 국제기준(IMDRF) 기준에 맞춰 임상시험과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의료현장 사용 과정에서 부작용을 지속적으로 관찰해 문제 발생 시 업체나 사용기관 등의 보고도 의무화한다.
정부는 즉시 진입 대상 의료기기 품목을 확정해 공고할 예정이다. 제도 수혜 대상은 디지털 치료기기 7개, 체외진단 의료기기 37개, 인공지능진단보조기기 93개, 의료용 로봇 3개 등 140개 품목이다.
정부는 “기술 혜택을 조기에 활용하고 안전성 검증은 강화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보건의료·시민사회단체들이 모인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올해 9월 공청회 당시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의료기기 업계의 돈벌이 길을 깔아주는 것”이라며 “의료개혁을 통해 비급여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해놓고도 비급여를 양산하는 방안을 내놨다”고 반발했다.
지금은 의료기기가 신의료기술평가에서 탈락하면 시장에서 활용될 수 없다. 하지만 신설된 제도에선 결과와 무관하게 계속 시장에 남는다. 새로운 기술일 경우 3년 동안은 일단 써보고 난 뒤 이후 신의료기술평가에서도 A~D등급만 가려 평가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D등급을 받은 의료기기 기술은 환자와 병원의 동의를 얻기 힘들기 때문에 자동 퇴출될 것”이란 입장이다.
정부는 ‘환자 동의 및 직접 신고 가능’도 안전성 관리 방안으로 담았지만, 정보격차가 큰 의료현장에서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자 입장에선 의료기기의 효과성·안전성을 판단하기 어려운데, 비급여 의료기기를 사용하면 비용 부담만 크게 늘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환자에게 필요하면서 비용 부담이 큰 항목은 3년이 지나기 전에도 직권으로 평가해 건보 급여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상혁 기자 moon.sanghyeok@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