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2024 삼성화재배 결승 1국에서 당이페이가 이겼다. 우승까지 1승 남았다. 사진 한국기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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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이페이가 2024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먼저 이겼다.
20일 경기도 고양시 삼성화재 글로벌 캠퍼스에서 열린 202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 1국에서 당이페이(29) 9단이 딩하오(24) 9단을 상대로 211수 만에 흑 불계승했다. 당이페이는 한 번만 더 이기면 삼성화재배의 29번째 주인이 된다.
당이페이와 딩하오의 결승 대결이 성사된 뒤, 당이페이의 우세를 점친 바둑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현재 중국 랭킹이 앞선다지만(당이페이 3위, 딩하오 6위), 상대전적이 2승6패로 좋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12월 이후 당이페이는 딩하오에 4연패 중이었다. 나이도 감점 요인이었다.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을 듣는 당이페이와 절정기 기량을 뽐내는 중인 딩하오의 삼성화재배 최종전 대결은 누가 봐도 딩하오가 유리했다.
그러나 당이페이는 이번 삼성화재배에서 ‘회춘 모드’를 발동 중이었다. 한번 작동한 회춘 모드는 결승 1국에서 차라리 폭주했다. 초반 포석부터 적극적이었다. 후반에서 승부를 내는 평소 기풍과 달리 초반부터 우중앙에 큰 세력을 쌓았다. 딩하오가 들어오면 받아치겠다는 작전. 그러나 상대는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오는 바둑을 두는 딩하오였다. 흑 세력을 적절히 삭감하는 사이 네 귀까지 차지해 실리에서 크게 앞섰다. 중반에 접어들었을 때 승률 그래프는 ‘딩하오 90% 이상’ 우세를 가리켰다.
20일 열린 2024 삼성화재배 결승 1국 장면. 왼쪽이 딩하오고 오른쪽이 당이페이다. 사진 한국기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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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밀리면 아무것도 못하고 지는 상황. 당이페이가 칼을 뽑았다. 중앙 백 대마를 노리다가 좌하귀 백을 공격해 패를 내더니 다시 좌상귀 흑을 건드려 중앙 백의 퇴로를 끊었다. 좌충우돌 휘두르는 당이페이의 칼은 의외로 예리했다. 딩하오가 허둥지둥 중앙 백을 살리는 사이, 상변 백 대마가 상처를 입었다. 살아있는 돌이었는데 패가 났다.
이 순간 승부가 뒤집혔다. 당이페이로서는 양손에 떡을 쥔 꼴이었다. 좌하귀와 상변의 백 대마 2개 중 하나만 패로 잡으면 이기는 바둑이 됐다. 딩하오가 상변을 버리는 선택을 하고 막판 흔들기에 나섰지만, 후반 집중력은 당이페이의 전공 분야였다. 딩하오가 무리한 공격을 해올수록 격차가 더 벌어졌다.
중국 선수끼리의 대결이었지만, 바둑 내용은 결승전답게 짜릿했다. 승률 10%가 안 되는 당이페이가 ‘닥치고 공격’에 나섰을 때가 하이라이트였다. 이런 게 인간의 바둑이다. 인간은 불리한 줄 알면서도 싸우러 나갈 때가 있다. 기계는 절대 계산하지 않는 영역이다. 더 떨어질 데가 없는 데까지 떨어졌던 승률 그래프는 그러나 당이페이의 연타에 휘청거리던 딩하오가 완착을 두자 단박에 뒤집혔다. 당이페이와 딩하오의 삼성화재배 결승 2국은 21일 정오 열린다.
2024 삼성화재배는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삼성화재해상보험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관한다. 각자 제한시간 2시간,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상금은 우승 3억원, 준우승 1억원이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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