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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서울대생이 먹었던 ‘벽에 붙은 바나나’ 87억 낙찰… 산 사람도 “먹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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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 바나나 1개를 벽에 강력 태테이프로 붙인 작품이다. /미국 경매업체 소더비 인스타그램 캡처



미국 뉴욕에서 치러진 현대미술 경매에서 진짜 바나나를 테이프로 벽에 붙인 예술 작품이 620만달러(약 87억원)에 팔렸다.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이다.

20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이날 저녁 뉴욕 소더비 현대미술 경매에서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이 620만달러에 낙찰됐다. 80만달러에서 입찰가가 시작했지만 20초도 지나지 않아 최고 추정가인 150만달러(약 20억원)를 넘어섰다.

이 작품은 바나나 한 개를 회색 덕트 테이프로 벽에 붙여둔 설치 미술로, 지난 2019년 카텔란이 미국 마이애미에서 연 아트페어에서 처음 선보였다. 이 작품은 총 3점으로 만들어졌다. 각 12만~15만달러(약 1억6000만원~2억1000만원)에 팔렸다. 이 중 한 점은 구겐하임 미술관에 기증됐고, 다른 두 점은 개인이 소장하고 있다. 이번 경매에 나온 작품의 이전 소장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에 해당 작품을 낙찰받은 새 주인은 중국 태생의 가상화폐 사업가 저스틴 선으로 확인됐다. 그가 창안한 가상화폐 ‘트론’은 코인베이스 기준 시가총액 10위에 있다. 낙찰자는 바나나와 접착테이프 롤 한 개씩과 함께 진품 보증서를 받는다. 또 바나나가 썩을 때마다 이를 교체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설치 안내서도 동봉된다.

이날 선은 소더비에 보낸 성명을 통해 “이것은 단순한 예술 작품이 아니라 예술, 밈, 가상화폐 커뮤니티의 세계를 연결하는 하나의 문화적 현상”이라며 “이 작품은 미래에 더 많은 생각과 토론을 불러일으킬 것이고 이 또한 역사의 일부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이어 “바나나를 먹을 계획도 세우고 있다”며 “이 역시 예술사와 대중문화에서 바나나가 차지하는 자리를 존중하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코미디언’은 작품을 먹는 행위로 더욱 화제가 됐다. 처음 해당 작품이 공개됐던 마이애미 아트 페어 당시 한 행위예술가가 설치된 작품을 벽에서 떼어 먹어버리면서 반향을 일으켰다. 이 행위예술가는 “내 행동은 예술일 뿐, 기물 파손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후 관람객들이 아트 페어에 몰려들자, 당시 주최 측은 관람객의 문전성시로 작품을 철거해야 했다.

한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지난해 4월 서울 용산구의 리움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던 ‘코미디언’을 한 서울대 미학과 학생이 떼어 먹고 껍질을 붙여놓았다. 당시 이 학생은 바나나를 먹고 “아침을 안 먹고 와서 배가 고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영빈 기자(0empt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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