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2 (금)

인권위 “정신의료기관 환자도 병원에서 거소투표 할 수 있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비즈

국가인권위원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8일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해 있는 환자도 우편으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거소투표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중앙선거관리위원장·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권고했다고 21일 밝혔다.

거소투표는 투표소를 방문하기 어려운 유권자가 머무는 곳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신체에 중대한 장애가 있어 움직일 수 없거나 병원·교도소에 기거하는 사람, 함정에 근무하는 군인 들이 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거소투표를 하겠다고 신고한 유권자가 10명 이상이면 기표소도 설치된다.

경기도의 한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한 A씨는 병원장으로부터 거소투표 안내를 받지 못해 총선이 치러진 지난 4월 10일 이동에 왕복 6시간 걸리는 집에 가 투표를 해야 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A씨는 올해 4월 초순 병원 직원에게 총선에서 거소투표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병원 직원은 “신청자가 없어 불가능하다”고 답했고, A씨는 “거소투표 안내도 하지 않고 신청자가 없다고 하는 게 말이 되냐”고 항의했다. 주치의는 A씨가 선거일에 병원을 나가 현장투표할 수 있도록 외출을 허용했다. A씨는 선거일 오전 9시 동생과 외출해 자택 주소지 인근 투표소에 가서 투표한 뒤 오후 6시쯤 병원에 복귀했다.

병원 측은 환자들에게 회진 과정에서 거소투표 방법을 구두로 안내했다고 주장했으나, 인권위에 업무일지 등 입증할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다만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조사 결과 투표 과정이 번거로웠을 수는 있으나 현장 투표로 선거권을 행사했으므로 인권침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은 자유롭게 외부에 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2022년 말 기준 정신의료기관 입원 환자 5만6785명 중 자의로 입원하지 않은 동의·보호·행정·응급 입원 환자(약 57%)는 단독 외출이 사실상 어렵다. 거소투표가 실시되지 않으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셈이다.

인권위가 파악한 결과 담당자를 지정해 투표 의사를 확인하거나 안내문을 게시판에 부착한 정신의료기관에서는 거소투표 신고자가 10명을 넘었다. 193개 병상인 한 병원에서는 40여명이 신고했다.

인권위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게 대통령·국회의원 선거 시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의 거소투표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공직선거관리규칙’에 거소투표 안내 방법을 명시하라고 권고했다. 복지부 장관에게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선거권 등 헌법상 기본권이 환자들에게 서면 및 구두로 고지될 수 있도록 관련 조문을 신설하라고 했다.

손덕호 기자(hueyduck@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