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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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 움직임에 재계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상법 개정안을 정기국회 내 처리하려는 태세다. 정부·여당이 상법 개정에 미온적일 경우 법안 강행처리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연초부터 상법 개정 운을 띄웠던 정부는 최근 들어 신중한 모습으로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2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상법상 '이사는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규정에서 충실한 직무 수행의 대상을 주주까지 넓히는 게 핵심이다.
정부가 상법 개정 검토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지난 3월부터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초 한국거래소를 찾아 "이사회가 소액주주의 이익을 책임있게 반영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한 게 시작이었다. 상법 소관부처인 법무부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관계부처가 상법 개정 검토에 들어갔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중량감있는 고위 인사들이 상법 개정 필요성을 연이어 강조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하려면 상법 개정이 필요하단 입장이었다.
하지만 재계 반발과 정부 내 이견으로 정부의 상법 개정 움직임은 다소 수그러든 상태다. 최 부총리는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상법 개정안에 대한 정부 입장을 묻는 진성준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여러가지 논의 중인 안건 중 하나여서 확정된 바 없다는 것이 정부의 답변"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법, 자본시장법 개정과 관련해 어느 법을 어떻게 개정할지에 대한 여러 안을 놓고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상법과 자본시장법 중 어떤 법을 개정할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힌 것부터 상법 개정안에 대한 정부 입장 변화를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 확대를 상법에 담으면 모든 기업에 적용되지만 자본시장법에 넣으면 증시에 상장한 기업으로만 대상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21대 국회부터 상법 개정에 반대 입장을 고수해 온 법무부는 여전히 상법 개정안에 반대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일반투자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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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투자자 반발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받아들인 민주당은 한 발 더 나아가 상법 개정안 처리를 밀어붙이고 있다. 외려 상법 개정에 소극적인 정부여당을 향해 "납득할 수 없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20일 주식투자자들과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일반투자자 간담회'를 갖고 "이사의 충실 의무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상법을 개정하는 게 기업의 지배권 남용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라며 "금투세 폐지와 동시에 확실히 (상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 대표 뜻에 발맞춰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TF(태스크포스)'도 출범시켰다. 이정문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이 대표발의한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정해 정기국회 내 처리하겠단 입장이다.
해당 개정안에는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 및 주주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 '이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조항도 새로 추가했다.
이 수석부의장은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충실 의무만으로는 주주에 대한 회사의 책임이 법률상으로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학계 등의 지적이 있었다"며 "전체 주주를 공평하게 대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조항을 추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내 상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정부·여당 및 재계를 설득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확고한 재계의 반대 입장에 정부·여당이 상법 개정안 처리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면 다수 의석을 앞세워 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것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상법과 자본시장법 중 어떤 법을 개정할지 검토했다가 상법으로 방향을 정한 것도 강행 처리를 염두에 둔 결정으로 해석된다. 자본시장법을 다루는 정무위원회의 경우 위원장직을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맡고 있어 법안을 강행 처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단 법사위에서 상법 개정안 합의를 위한 논의에 충실할 계획"이라며 "(재계 설득을 위해) 재계에서 우려하는 배임죄나 손해배상부분에 대한 구성요건을 명확히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한해 면책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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