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1 (목)

[단독] 스포츠윤리센터 “홍명보 감독, 2위 득표자였다... 최다 추천 받은 건 바그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홍명보 축구 대표팀 선임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된 부분은 감독 선임 업무를 이끌던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지난 6월 사임한 후 관련 권한이 없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감독 후보자들을 면접하고 최종 후보를 추천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대한축구협회는 “이 이사는 정 위원장이 정해놓은 순위에 따라 감독 후보자들을 면담하고 협상하는 후속 업무를 이어받은 것”이라며 “홍 감독은 정 위원장이 정한 후보자 순위에서도 1순위었으니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축구협회는 정 위원장 사임 직전 열렸던 제10차 전력강화위원회에서 홍 감독이 다비드 바그너와 함께 7표로 공동 최다 추천을 받은 내용이 담긴 회의록까지 공개했다.

그러나 이 회의에서 홍 감독이 단독 혹은 공동 최다 추천을 받은 게 아니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1일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스포츠윤리센터 심의위원회는 지난 8일 정몽규 축구협회장, 김정배 상근부회장, 이임생 이사 등에 대해 직무 태만, 권한 남용 등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징계를 요청했는데, 이 결정문에는 6월 21일 10차 전강위 회의에서 바그너가 8표, 홍 감독이 7표를 받았다고 나온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축구협회가 제출한 (10차 전강위) 회의 자료를 보면 홍 감독은 바그너와 함께 7명의 위원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공동 1순위인 것으로 나온다”면서 “이 회의 자료엔 전강위원 A가 헤수스 카사스와 바그너를 추천하지 않을 것으로 표기돼 있으나, (위원들 발언을 정리한) 회의록을 살펴보면 A 위원은 ‘B 위원이 추천한 3명(홍명보, 바그너, 거스 포옛)에 더하여 카사스와 다른 외국인 후보자 1명까지 추천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확인된다. 해당 위원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한 결과 사실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즉 바그너가 8명의 위원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단독으로 1순위, 홍 감독은 7명의 위원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2순위로 확인됐다”고 했다.

홍 감독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게 아님에도 정 위원장이 그를 1순위 후보로 정한 게 맞는다면, 이임생 이사가 그의 집 앞을 찾아가 면담하고 그 자리에서 감독직을 제안한 것에 더해 ‘특혜’ 선임 논란이 더욱 커질 수 있다. 현재 월드컵 3차 예선을 이끌고 있는 홍 감독 정당성에 흠이 갈 수도 있다. 그는 지난 9월 국회 현안 질의에 출석해 “내가 1순위라고 해서 수락했다. 2순위나 3순위었다면 감독직을 맡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홍 감독이 바그너보다 적은 추천을 받았다 해도 정 위원장이 그를 1순위 후보로 정한 게 절차적 문제가 된다고 보긴 어렵다. 10차 전강위 회의에서 위원들이 후보자들을 추천한 건 최종 후보군에 들어갈 인물을 추리기 위함이었고, 그 안에서 최종 우선순위는 정 위원장이 정하도록 출석 위원 전원이 동의했기 때문이다.

스포츠윤리센터 판단에 대해 축구협회는 “해당 결정문이 협회에 접수가 되지 않아 내용을 내부적으로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 위원장 사임 상황을 둘러싸고 정몽규 회장과 정 위원장의 진술이 엇갈리는 점도 스포츠윤리센터 조사에서 드러났다. 정 위원장은 10차 전강위 회의 후 외국인 후보자 2명과 화상 면접을 한 뒤, 6월 27일 정 회장을 찾아가 그 결과와 함께 ‘홍명보-바그너-포옛’ 순으로 우선순위를 정한 감독 후보자 명단을 보고했다. 그다음 날 정 위원장은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협회에 사의를 표명했다. 축구협회는 윤리센터에 제출한 답변 자료에서 “정 회장이 ‘화상 면접만으로 정하지 말고, 최종 감독 후보자 3명 모두를 대면 면담한 결과를 토대로 최종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절차적으로 합리적이다’라고 피드백을 줬다”고 했다. 그러나 정 위원장은 윤리센터에 “정 회장으로부터 외국인 후보자들을 만나보라는 말은 들었으나, 홍 감독을 면접해 보라는 말을 들은 사실은 없다”고 진술했다. 정 위원장은 홍 감독을 1순위로 정한 자신의 결정을 정 회장이 거부했다고 느끼고 실망감을 느낀 데다 건강 문제까지 겹쳐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준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