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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싱글맘 벼랑 끝으로 몬 '악질 추심'...불법 사채 실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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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정진형 앵커, 이은솔 앵커
■ 출연 : 이현정 사회부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퀘어 8PM]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YTN은 악랄한 추심에 시달리다가 세상을 등진 30대 싱글맘 사연을 통해 드러난 불법 사채의 실태를 연속 보도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검찰과 경찰에 수사 역량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한 가운데, 이번 사건을 통해 불법 사금융을 척결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는데요. 이 사건을 취재해온 이현정 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 기자, 안녕하세요. 먼저, 이 '싱글맘 불법 추심' 사건을 어떻게 취재하게 됐는지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YTN 취재진이 혼자 6살 딸을 키우던 30대 여성 A 씨가 불법 추심에 시달리다가 숨졌다는 사실을 처음 접한 건 지난 9월 말입니다. 취재진은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점을 고려해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취재에 임했고, 한 달 만에야 어렵게 유족과 지인들을 접촉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A 씨 지인들에게 접촉해 그동안 사채업자들이 보냈던 협박 메시지와 전화 기록을 확보했는데요. 메시지에는 A 씨를 향한 모욕과 허위 사실은 물론, 가족사진과 주민등록번호, 집 주소 같은 민감한 개인 정보도 담겨 있었습니다. A 씨 지인들은 이런 메시지가 하루에도 수백 통씩 무차별적으로 쏟아졌다고 말했는데요. 들어보시겠습니다.

[A 씨 지인 : 혼자서 아이 키우고 아프신 아버님도 모시고 살다 보니 힘든데…. (문자가) 하루 사이에도 백 통 넘게 올 정도로 며칠 동안 계속 왔었어요.]

[기자]
심지어 사채업자들은 A 씨 딸이 다니는 유치원에도 전화해, 아이를 보러 가겠다며 위협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취재진은 한 여성을 죽음으로 몰고 갈 만큼 사채업자들의 범행이 심각했다고 판단했고, 본격 취재에 나섰습니다.

[앵커]
이어진 보도에서 유가족을 통해 확보했던 유서가 특히 안타까움을 불러일으켰는데요. 어떤 내용이었나요?

[기자]
A 씨는 지난 9월 22일 전북 완주에 있는 펜션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요. 취재진이 유족의 동의를 얻어 확보한 유서에는 특히 홀로 남을 6살 딸을 향한 애틋한 마음이 가득 묻어나왔습니다. A 씨는 딸에게 사랑한다고 수없이 되뇌며, 버팀목은 못 되어주고 큰 짐만 된 자신을 용서하지 말라고 썼는데요. 세상을 향한 원망은 없이 철없는 선택을 해서 죄송하다는 말을 계속 반복했고, 저희 취재진도 무척 마음이 아팠습니다.

[A 씨 유가족 : 나라에서 (사채업자가) 활개를 못 치게 됐으면 좋겠어요. 다 그 사람들 때문에 (내 딸이) 간 거 아니에요.]

[기자]
또, 유서 마지막 쪽에서는 조 대리 90만 원, 고 부장 40만 원 등 돈을 빌린 사채업자들과 액수가 발견됐는데요. 수십만 원으로 시작했던 빚은 연이율 수천%에 달하는 살인적 금리에 한 달이 안 돼 천만 원 넘게 불어났던 것으로 보입니다. A 씨는 지인들에게, 소액을 빌리고 갚으면 되는 줄 알았지만, 돈을 갚기로 한 시간보다 1분이 늦을 때마다 10만 원씩 더 내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호소했습니다.

[앵커]
이후 불법 사금융에 가담한 적 있는 전직 사채업자도 만났는데, 어떤 이야기를 하던가요?

[기자]
네, 취재진은 불법 사금융 업체에서 2년여 동안 일했던 전직 사채업자를 만나, 내부 증언을 들었는데요. 범행에 발을 들이자마자 배운 건 겁주는 방법, 그중에서도 A 씨가 당했던 '지인 추심'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채무자가 돈을 바로 주지 않으면 개인정보와 허위사실, 심지어 나체 사진을 담보로 협박하라고 알려줬다는 겁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전직 사채업자 : 일단 겁을 줘야 하는 거죠. 너희 아빠 누구지? 내 돈 빌려 갔는데, 내 돈 갚아라. 왜 안 갚냐. 갚지 못한다 그러면 대신 나체 사진을 보내라. ○○을 노출해서 보내면 이자를 조금 감면시켜 줄 테니….]

[기자]
또, 이를 위해 돈을 빌려주며 지인들 연락처를 담보로 받거나, 휴대전화에 프로그램을 깔아 주소록을 통째로 빼가기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이어서 범죄조직을 방불케 하는 치밀한 범행 수법에 관해서도 보도했는데요.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불법 사채업자들의 특징은 채무자들과 비대면으로만 소통하고, 가짜 직책을 대며 절대 신분을 노출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SNS와 대포폰, 대포 통장을 이용해 경찰 추적을 피했는데, 특히 보안이 강한 텔레그램을 범행 도구로 적극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텔레그램에서 까다로운 인증을 거쳐 운영되는 '채무자 정보방' 3곳을 직접 확인했는데요. 많게는 사채업자 8백여 명이 모여 채무자들의 이름과 생년, 거주지 등 개인정보들을 유포하고, 이를 불법 추심에 악용하고 있었습니다.

[앵커]
YTN이 기획보도를 시작하자마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지시를 내렸는데 어떤 내용이었죠?

[기자]
윤 대통령은 YTN 첫 보도 다음 날, 뉴스를 접하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불법 채권 추심은 서민의 삶을 무너뜨리는 악질적인 범죄라며, 검찰과 경찰에게는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뿌리를 뽑으라고 지시했는데요. 또, 금융 당국에도 서민 금융 지원 정책을 전면 재점검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직접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범정부 TF까지 꾸렸는데도 폐해가 끊이지를 않자, 강경 대응을 거듭 강조한 겁니다.

[앵커]
그렇듯 대통령도 직접 언급한 사건인데, 이후 경찰의 늑장 수사 정황이 나와 논란이 되었죠?

[기자]
네, 취재진은 A 씨가 숨지기 10여 일 전 이미 불법 추심 피해가 경찰에 전달됐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사채업자들로부터 협박 메시지를 받은 A 씨 지인이 경찰 정보관에게 먼저 알렸던 건데, A 씨가 숨진 뒤에야 서울경찰청에 이 사실이 보고됐습니다. 그리고 서울 종암경찰서가 정식 수사에 착수한 건 그로부터 또 한 달 뒤, 지인이 피해 상황 알린 지 무려 46일 만이었습니다.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이런 늑장 대응을 YTN이 지적하자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경찰 정보관이 A 씨 지인으로부터 전화 제보를 받았지만,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서 시간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경찰 고위 관계자는 서울청 보고 한 달여 만에 정식 수사가 시작된 것에 대해서는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해 수사 부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지체됐다고 해명했습니다.

[앵커]
하지만 여전히 불법 사채업자들은 활개를 치고 있다고요?

[기자]
윤 대통령 지시 사흘 뒤, 취재진은 직접 대출 중개 플랫폼을 통해 대부업체에 접촉해봤는데요. 대부분 일주일에 100%, 1년으로 치면 5,200%를 훌쩍 넘는 이자를 받는다고 소개했는데, 이런 살인적인 이자율은 모두 불법입니다. 또 이들은 담보로 지인들의 연락처와 가족관계증명서까지 요구했는데, 불법 추심을 하는 사채업자들이 수법과 일치했습니다. 심지어 정식 등록 업체인 것처럼 행세했지만, 대부업금융협회에 등록번호와 업체명을 조회해봐도 아무것도 안 나왔습니다.

[앵커]
이런 배경에는 허술한 대부업 등록 제도와 낮은 처벌 수위가 있다고요?

[기자]
네, 지난 2002년 제정된 대부업법은 사채업 양성화를 위해 '등록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진입 장벽이 너무 낮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천만 원 이상을 보유했고 18시간 교육만 받으면, 상주 직원 없이도 누구나 대부업 등록을 할 수 있는데요. 이런 이유로 올해 기준 등록 대부업체는 전국에 8,597개에 달할 정도로 소규모 업체 난립하는 상황입니다. 또, 미등록 영업과 불법 고금리에 따른 양형은 22년째 그대로인데, 처벌받더라도 대부분 징역형의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칩니다. 그러나 국회는 비슷한 내용의 대부업법 개정안을 재탕, 삼탕 하면서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는데요. 취재진이 17대부터 22대 국회까지 대부업법 개정안을 전수 조사해봤는데, 임기가 끝나 폐기된 경우가 절반 이상이었습니다. 싱글맘 사건이 알려지자 여야는 이번 정기 국회 안에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는데요, 불법 사채와 추심은 서민의 삶을 벼랑 끝으로 떠밀고 있는 만큼, 추가 보완책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사회부 이현정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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