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우크라이나가 수도 키이우 상공에서 러시아의 공격용 드론을 탐지하기 위해 탐조등을 사용하고 있다. 키이우/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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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이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동원한 공습을 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1000일을 넘긴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치 앞을 알기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방침에 따라 개최될 것으로 보이는 휴전 협상에 앞서 유리한 고지를 점해야 한다는 양국의 이해관계에 더해, 트럼프 당선자 취임 전 우크라이나 지원을 늘리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과감한 결단’까지 맞물리면서 전황은 하루가 다르게 격화하고 있다.
“러시아 ICBM 발사”
21일 러시아의 공습은 우크라이나 공군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발사됐다’고 발표하면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주로 핵탄두를 탑재해 먼 거리에 있는 목표물을 타격할 때 사용되기 때문이다. 에이피(AP) 통신은 “사실이라면 러시아의 핵 능력을 상기시키며 위기를 고조시키려는 강력한 메시지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함께 러시아가 발사했다는 순항미사일 Kh-101 7발 중 6발을 격추했다는 사실만 공표했다. 그러면서 “나머지 미사일은 별다른 심각한 피해를 입히지 않았다”고만 밝힐 뿐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종류나 피해 여부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폴란드 국방전문매체 디펜스24는 “대륙간 미사일은 일반적으로 핵탄두를 탑재하지만, 이번에는 통상탄두가 사용됐다”며 “해당 미사일은 대륙간 미사일의 표준 사거리보다 훨씬 짧은 약 1000㎞를 비행했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에이비시(abc) 방송은 익명의 관리를 인용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아닌 탄도미사일”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앞서 20일 우크라이나도 영국의 장거리 미사일로 연일 러시아 본토를 타격했다. 전날 미국이 제공한 장거리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한 데 이어 하루 만의 추가 공격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영국이 지원한 사거리는 250㎞가량인 순항미사일 스톰 섀도 여러발이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에 꽂혔다고 미 국방부와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복수의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도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에 최대 12발의 스톰 섀도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일부 파편이 쿠르스크주 마리노 마을의 군 지휘본부로 추정되는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언론은 이 목표물이 북한군과 러시아군 장교들이 사용하는 시설로 보인다고 전했다.
장거리 미사일 사용 제한을 전격 해제한 바이든 행정부는 2억7500만달러(약 3850억원) 규모의 추가 군사원조 계획도 발표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고속기동 포병 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용 탄약 등을 추가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번 지원 물량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용 금지 선언을 깨고 제공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대인지뢰도 포함됐다.
트럼프 당선 이후 요동치는 전황
‘취임 24시간 안에 전쟁을 끝내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6일 미 대선에서 승리를 확정 지은 뒤 우크라이나 전황은 요동치고 있다. 발단은 1만명 넘는 북한군의 투입이다. 이 상황을 방치하면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8월 점령한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주에서 밀려날 수 있고,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휴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는 매우 불리한 위치에 처하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휴전 협상 개시 전 우크라이나 상황을 최대한 개선하는 데 집중하는 걸 택한 거로 보인다.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 지역 일부를 유지할 수 있다면, 이 지역을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영토의 많은 부분과 맞바꾸는 시도를 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유리한 고지에서 휴전 협상을 시작해야 하는 건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러시아는 최근 병력 수천명을 잃으면서도 동부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깊숙이 전진했다.
뉴욕타임스는 “평화가 코앞에 다가오자 양쪽이 더 유리한 조건을 갖추려고 하면서 싸움이 더 치열해지는 역설적인 상황”이라며 “이런 위급한 전쟁 국면은 몇 달 내에 종료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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