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 /뉴스1 |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조희대 대법원장)는 21일 교통사고로 사망한 대학교수 A씨의 배우자 B씨와 두 자녀가 가해자 측 공제 사업자 C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두 자녀에게 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16년 9월 오토바이 운전을 하던 중 중앙선을 침범해 유턴하던 택시와 충돌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A씨의 배우자 B씨와 두 자녀들은 C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A씨가 살아있었다면 받았을 급여와 퇴직 연금 등을 배상하라는 것이었다.
1996년부터 카이스트 교수로 재직한 A씨는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사학연금법) 적용 대상이었다. 사학연금법에서는 교직원이 사망할 때 가족들 생계 보장 차원에서 유족 연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면서 사망자의 퇴직연금 일시금을 유족에게 내줄 때는 이미 나간 유족 연금 액수를 공제하도록 한다. 이중 지급을 막기 위한 것이다.
A씨의 정년은 2034년 2월 28일이었는데, A씨의 퇴직연금 일시금은 약 1억9150만원으로 산정됐다. 교통사고 과실 비율은 가해자 80%, A씨 20%로 각각 계산됐다. 이에 따라 A씨의 퇴직연금 일시금 중에 약 1억5320만원을 유족이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런데 B씨는 A씨 사망 이후 유족연금 등 약 1억9500만원을 받았다. 이에 대해 C사는 1994년 대법원 판례처럼 유족연금을 먼저 공제한 뒤 퇴직연금을 상속하는 방식에 따라, A씨의 퇴직연금 일시금 상속분 중 B씨가 받은 유족연금을 먼저 공제하면 두 자녀에게 손해배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1심은 유족에게 퇴직연금 일시금을 먼저 상속하고 유족연금 공제를 나중에 하는 ‘상속 후 공제’ 방식을 적용해 C사가 A씨의 자녀 2명에게 각각 약 437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공제 후 상속’ 방식에 따라 유족연금을 먼저 공제하면 남은 잔액이 없으니 B씨와 두 자녀 모두 A씨의 퇴직연금 일시금에 대한 상속분을 수령할 수 없다고 항소심 재판부가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2심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전원합의체는 “퇴직연금 일시금 상당의 손해배상 채권이 상속인들에게 상속 비율에 따라 공동 상속된 뒤 손해배상 채권에서 유족연금을 공제해야 한다”면서 “반대로 한다면 유족의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을 위한 법률의 목적과 취지가 몰각되며 사회보장 재원으로 가해자 책임을 면제하는 결과가 된다”고 했다.
이선목 기자(letsw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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