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에서 아이폰을 이용해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일러스트 챗GP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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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5월 결혼식을 위해 18만원을 주고 ‘아이폰 스냅’ 사진을 예약했던 오모(27‧여)씨는 최근 업체에 환불을 요구했다. 해당 업체가 사진 관련 지식·자격을 갖춘 작가를 직접 고용한 게 아니라, 경험이 없거나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이들을 아르바이트 형태로 구해 촬영하게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하지만 업체는 환불 요구가 빗발치자 그대로 폐업했다. 오씨는 결국 경찰에 민원을 제기했고 사건은 다중 피해 사건으로 지정돼 서울 종로경찰서로 이관됐다. 오씨는 “다시 스냅 업체를 구하느라 시간과 돈을 썼다”며 “결혼식이라는 중요한 순간을 예쁘게 담아보고자 하는 마음이었는데 경험 없는 일반인들이 찍어주는 사진이었다니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아이폰 스냅은 결혼식 당일 DSLR 등 전문 카메라로 찍은 ‘본식 스냅’이 아닌 아이폰을 이용해 촬영한 사진이다. 본식 스냅은 3~4개월 이후 사진을 받을 수 있지만, 아이폰 스냅은 대부분 식 당일 사진을 보내준다. 상품 가격은 천차만별인데, 일반적으로 사진 500여장과 짧은 영상을 제공하는 조건 등으로 20만~30만원 수준이다. 사진학 전공자 등을 내세워 ‘아이폰 감성(아이폰만이 내는 색감 등)’이 담긴 자연스러운 사진을 결혼식 직후에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해 최근 1~2년 사이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 부부들 사이에서 필수 웨딩 상품 중 하나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 웨딩업계에서 일부 아이폰 스냅 업체들의 ‘알바 고용 논란’이 불거지며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일부 아이폰 스냅 업체가 소개와는 달리 사진에 전문 지식을 갖춘 전속 작가가 아니라 경험이 아예 없는 사람들을 임시로 고용해 보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한 아이폰스냅 업체에서 일했던 B씨가 공개한 인력 업체 자료. B씨는 인력업체에 고용된 작가들이 아르바이트 형태로 여러 아이폰스냅 업체에 일시적으로 배정됐다며 스케쥴표를 공개했다. 사진 B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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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국에 지점을 둔 A업체의 대표는 “우리는 이른바 알바 작가를 쓰지 않는다. 자체 교육 후 테스트를 통과한 작가들을 전속 고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하지만 과거 이 업체에서 인턴으로 일했다는 B씨가 스레드(Threads)에 “스냅 업체에 아르바이트생을 이어준 인력 업체의 내부 자료를 제보 받았다”며 아이폰 스냅 업체 20여개 명단과 스케쥴표를 폭로했다. 여기엔 A업체도 포함돼있었다. 결국 A업체 측은 지난 20일 인스타그램에 “허위사실 유포로 정상적 운영이 불가한 상태로 현재 상황을 수습 중”이라며 “오는 20일 이후 배정된 작가들은 사진 촬영을 중단해달라”고 밝혔다.
한 아이폰 스냅업체에서 일한 적이 있다는 한 네티즌은 “알바 구인글을 보고 신청한 뒤 약 1시간짜리 줌(Zoom) 교육과 현장 교육, 인턴을 거치니 작가로 활동하는 식”이라고 폭로했다. 그는 “이렇게 고용되면 한 명이 여러 업체에서 촬영을 나가게 된다”며 “신부들은 각 업체 포트폴리오를 보고 자신이 원하는 무드(분위기)를 선택해 계약하는데 작가들은 정작 그 업체 분위기를 알지도 못하고 여러 곳에서 일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작가는 “9월 무렵부터 예약이 폭주하면서 한 사진 작가가 여러 업체를 돌아가며 촬영하다보니 사진 품질에 만족하지 못한 고객들이 늘어났고 알바를 쓰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터지면서 결국 이런 사태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불거진 업체들에 아이폰 스냅을 예약했던 예비 부부들은 환불을 요구하고 있지만, 업체 상당수는 위약금을 요구하거나 환불을 약속해놓곤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이미 폐업한 업체도 있다. 환불을 받지 못한 예비 부부 약 3000명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선 집단 소송도 추진되고 있다.
아이폰스냅은 결혼식 당일 예쁜 사진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최근 몇 년 사이 예비부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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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이번 주말부터 사진 작가들의 ‘노쇼’로 예비 부부들의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대부분 예비 부부들은 업체에 예약금이 아닌 상품 전체 가격을 지불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웨딩 관련 업체를 고를 때 사업자등록·계약서 작성 여부와 함께 상품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는지 등을 꼼꼼히 따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보가 불완전한 웨딩 시장의 소비자들은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를 대비해 계약시 책임소재 등을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웨딩업계의 고질적 문제인 불공정 계약 관행이 개선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보람·신혜연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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