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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6% 고금리, 대출 좁은 門에 중소기업 자금 압박…연체율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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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NH농협은행)의 중소기업 신용대출 금리(5대 은행 평균 금리)는 연 5.19~6.03% 다. 신용등급이 낮으면 금리는 10%선을 넘는다. 사진은 서울의 한 은행 대출창구 앞.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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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산 시화벤처로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손모(47) 사장은 “최근 은행들의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 ‘빚내서 버티기’도 쉽지 않다”며 “특히 대출금리가 높아 기준금리 인하를 체감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연말 시중은행이 잇따라 기업대출 문턱을 올리고, 6%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자금 압박을 받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중앙일보

김경진 기자


2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중소기업 부동산·주식 등 담보대출(신규 취급액) 금리는 10월 공시 기준 최고 금리가 연 4.93%로 5%에 육박한다. 담보를 맡길 게 없는 중소기업의 신용대출 금리(5대 은행 평균 금리)는 연 5.19~6.03%로 뛴다. 신용등급이 낮은 경우(6등급 이하)엔 대출 금리가 10% 선을 넘는 곳도 있다. 다만 은행이 지난달 공시한 금리는 직전 석 달(7~9월) 동안 취급한 대출로,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하진 않았다. 5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액(개인사업자 대출 포함)은 지난달 말 기준 665조7354억원으로 올해 34조8499억원(5.5%) 불어났다.

시장에선 기준금리 인하가 반영돼도 기업 대출금리는 연말까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원료 구입 등 운전자금 대출의 준거 금리인 6개월~1년 만기의 금융채(AAA등급 은행채) 금리가 다시 들썩이고 있어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6개월 만기의 은행채 금리는 지난 20일 기준 연 3.408%다. 연초 연 3.8% 선에서 출발한 은행채 금리는 지난달 21일 연 3.336%까지 미끄러지다가 오름세로 돌아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고,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미국 국채 금리를 올리면서 국내 시장금리도 상승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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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최근 은행들이 기업대출 문턱을 높인 점도 은행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엔 부담으로 작용한다.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 시장에선 자금 조달이 어렵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를 피해 공격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늘렸던 상반기와 비교가 된다. 우리은행이 이달부터 전 영업점에 ‘그룹장 여신금리 전결권’을 한시적으로 중단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영업점 차원의 자율적인 우대금리 정책을 제한해 기업대출 속도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은행들이 영업전략을 수정한 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 강화로 위험가중자산(RWA) 관리가 중요해진 영향이 크다. 자본적정성 비율인 동시에 배당 여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떠오른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RWA가 늘수록 떨어져, 주주환원 여력이 줄어든다. 은행들이 담보가 확실하거나 우량 기업 위주로 대출 문을 좁히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우량기업 중심으로 대출이 이뤄지고 있다”며 “주주환원 등 밸류업 목표를 맞추려면 RWA를 관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출 한파에 중소기업의 재무 건전성도 악화하고 있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개인사업자 포함) 대출 연체율(0.42~0.85%)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연초(0.35~0.7%)와 비교하면 최대 0.15%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큰 IBK기업은행의 경우 지난달 연체율이 0.97%로 올해 들어 가장 높다.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이 늘수록 국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원화가치 하락)에 중소기업들의 재무상태가 악화하고, 빚을 못 갚는 한계기업 증가는 경제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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