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왕 찰스 3세와 부인 카밀라 왕비가 지난 6월 20일 영국 애스콧경마장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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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한 지자체가 공직자들의 영국 군주에 대한 충성 맹세 거부로 마비 상태에 빠졌다.
20일(현지시각) 가디언과 캐나다 현지 언론은 캐나다 유쿤 준주의 도슨 시티 시장으로 새롭게 선출된 스테판 존스와 4명의 시의원들이 지난 5일 취임식에서 영국 국왕 찰스 3세에 대한 충성 맹세를 거부하면서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쿤 준주의 지방자치법을 보면, 선출직 공직자들은 “찰스 3세 폐하와 그 후계자들에게 충실하고 진실한 충성을 다할 것”을 맹세해야 한다. 취임 이후 40일 이내에 충성 맹세를 하지 않으면 선거 결과는 무효가 되고 직책은 공석이 된다.
캐나다는 영국의 옛 식민지들로 구성된 영연방에 속하는 나라로, 찰스 3세가 국가 원수다. 존슨 시장은 “우리는 법적으로 요구되는 그 어떤 행위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존슨 시장은 취임 당일 지역 원주민 출신 다윈 린 시의원이 식민지 역사 문제로 충성 맹세가 불편하다는 의사를 표현했으며, 자신을 포함 다른 3명의 시의원들이 이에 연대하는 차원에서 함께 충성 맹세를 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충성 맹세 데드라인은 새달 10일까지로, 당국은 마비 사태를 최소화하려 이들의 충성 맹세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존슨 시장은 “충성 맹세 거부는 찰스 국왕에 대한 무례함이나 군주제 폐지와는 무관하다”며 “단지 연대감을 보여주기 위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캐나다에서 공직자들이 충성 맹세에 의구심을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캐나다 하원은 뉴브런즈윅주 의원이 발의한 충성 맹세 폐지 법안을 폐기한 바 있다. 당시 하원은 누리집에 “충성 맹세를 통해 민주주의를 포함해 주권자를 대표하는 기관에 대한 충성을 확인할 수 있다”며 “공직자들은 국가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에서 충성 맹세를 해야하며, 이런 행위가 공직자들에게 그들이 지고 있는 무거운 의무와 책임감을 상기시킨다”고 밝혔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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