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 맥브라이드 미국 하원의원 당선자(오른쪽)가 14일 초선 의원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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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사상 최초로 탄생한 트랜스젠더 연방 의원의 등원을 앞두고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여성 화장실 사용 금지령을 내렸다.
존슨은 20일(현지시각) 성명을 내어 “화장실, 탈의실, 라커룸 등 의사당과 하원 사무용 건물에서 한쪽 성만이 쓰는 모든 시설은 생물학적 성이 그에 부합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의원들 각자의 사무실에 화장실이 있고, 의사당에는 남녀 공용 화장실도 있다는 것을 아는 게 중요하다”며 “여성들에게는 여성들만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는 트랜스젠더의 성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로, 여성으로 성전환을 했더라도 남자 화장실을 쓰라는 주장으로도 볼 수 있다.
미국 하원의장이 이런 화장실 사용 규칙을 발표한 것은 지난달 선거에서 델라웨어주 지역구에서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세라 맥브라이드 때문이다. 그가 1월에 임기를 시작할 예정인 가운데 18일 낸시 메이스 공화당 하원의원이 의사당 내 여자 화장실과 탈의실을 트랜스젠더 여성이 못 쓰도록 결의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화장실 논란’이 시작됐다.
존슨은 전날 맥브라이드를 여자로 보는지 또는 남자로 보는지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답하지 않고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다 몇 시간 뒤 “이 점을 분명히 밝혀두겠다. 남자는 남자고 여자는 여자다. 남자가 여자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나는 또한 우리가 모든 사람을 존중해야 하며, 이런 모든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맥브라이드의 성 정체성을 인정할 수 없지만 그를 인간으로서는 존중해주겠다는 취지로 들린다.
성소수자 인권운동가 출신인 맥브라이드는 공화당 쪽의 공세에 정면 반박하는 대신 그들이 정말 중요한 의제들에는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응수했다. 그는 ‘여성 화장실 사용 금지령’에 대해 낸 성명에서 “나는 화장실 문제로 싸우려고 의원이 된 게 아니다”라며 “델라웨어 유권자들을 위해 싸우고, 가정들이 직면하고 있는 비용을 낮추려고 이곳에 왔다”고 했다. 또 “나는 그들에게 동의하지 않지만 다른 모든 의원들처럼 존슨 의장이 만든 규칙을 따르겠다”며 “이 나라가 직면한 진짜 문제들로부터 관심을 돌리려는 노력은 지난 며칠 동안 나의 관심을 돌려놓지는 못했다”고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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