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유일하게 뉴라이트 논란이 인 한국학력평가원의 한국사 교과서를 선택한 문명고가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 이념 공세를 멈춰 달라”고 밝혔다. 김규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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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논란이 인 한국학력평가원의 한국사 교과서를 전국에서 유일하게 선택해 시민사회 비판을 받는 문명고가 “정치 이념 공세를 멈춰 달라”고 밝혔다.
임준희 문명고 교장은 21일 오전 경북 경산시 문명고 옆 대신대학교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렇게 말했다. 임 교장은 “교육은 정치이념 공세에 시달리거나 영향받지 않고, 정치적 중립성의 원칙 아래에 이루어져야 한다. 헌법 제31조(교육권)는 이를 명시적으로 규정해 놓았다”며 “최근 일부 특정 정치세력과 언론은 학교에 대해 무차별적인 정치 이념 공격을 하고 있다. 이번 교과서 선정과 관련해 불법 부당한 간섭과 영향력을 행사한 관련자에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문명고는 교과용 교과서 선정을 위한 교과협의회 협의록, 학교운영위원회 회의록 일부를 공개했다. 이를 보면, 교과협의회는 한국사1은 한국학력평가원 1순위(98.5점), 미래엔·천재 2순위(98.25점)로, 한국사2는 한국학력평가원 1순위(98.25점), 비상 2순위(97.75점) 꼽았다. 학교운영위원회는 이를 원안대로 가결해 한국사1·2 모두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를 선정했다.
집필자인 이병철 교사가 학교에 근무 중인 것이 교과서 선정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임 교장은 “교과서 선정은 선생님들의 전문성과 양심을 존중했다. 결과를 보면 특정 교과서에 점수를 많이 주지 않았고 골고루 평가했다. ‘당사자는 배제한다’는 교과서 선정 기준에 따라 이번 선정에 이 선생님은 참여하지 않았다”며 “이 선생님의 교과서 집필 활동과 학교는 전혀 상관없다”고 답했다.
해당 교과서가 친일을 미화하고 이승만 정부의 독재를 미화하는 등 ‘뉴라이트’ 성향이 짙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만약 그러한 지적이 사실이라면 검정 과정에서 걸러졌어야 한다. 우리나라 국가 검정 절차에서 ‘친일 교과서’를 통과해 줄 리 없다”고 했다.
연도 표기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 오류가 많아 수능 시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오류를 지적한 단체는 민족문제연구소다. 그 주장이 옳은지 잘 모르겠다”면서 “실제로 오류가 있다면 학교 수업 과정에서 충분히 걸러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문명고는 1908년 제국주의 외세 침략으로부터 국가와 민족을 지키기 위해 후세 교육이 중요함을 자각한 선각적인 애국지사들이 설립한 문명보통학교가 전신이다. 우리 학교를 ‘친일 학교’로 프레임 씌우는 것은 정말 황당하다”며 “개인적으로 학생들에게 좌든 우든 모두 가르쳐야 균형 있는 교육이라고 본다. 교과서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가르치느냐도 중요하다. 수업 과정에서 다른 보조자료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선생님들의 양심을 믿고 더는 논란이 없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명고는 지난 2017년 박근혜 정부 시절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돼 논란이 됐다. 지난 1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으로 구성된 ‘문명고 친일독재 미화 불량 한국사 교과서 채택 대응 대책위’는 문명고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친일·독재를 미화한 불량 한국사 교육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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