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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 (목)

“부동산 개발업자 눈으로 만사 판단”···메르켈, 회고록서 트럼프 혹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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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이란 개념이 없는 사람…모든 국가는 경쟁 관계라 생각”

경향신문

2017년 백악관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좌측)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우측). AFP연합뉴스


2021년 퇴임한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국제무대에서 여러 사안을 두고 충돌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혹평했다.

20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메르켈 전 총리는 조만간 출판될 회고록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집권 1기 당시 경험담을 공개하며 그를 “부동산 개발업자의 관점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특정 지역 개발허가를 받을 기회는 단 한 번뿐이며 자신이 그 허가를 따내지 못하면 경쟁자에게 기회가 돌아간다’는 게 트럼프 당선인의 사고방식이라는 것이다.

메르켈 전 총리는 “트럼프에게 모든 국가는 서로 경쟁 관계이며, 한 나라의 성공은 다른 나라의 실패를 뜻한다”며 “트럼프는 협력을 통해 공동 번영이 가능하다는 개념 자체를 믿지 않는다”고 했다.

메르켈 전 총리는 2017년 3월 백악관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만났을 당시 느낌도 회고록에 담았다. 그는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국제사회에서 트럼프와 협력해 일할 수 없을 것’이란 게 그날 회담으로 내린 결론이었다”고 전했다. 당시 트럼프 당선인은 회담에 집중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발언 중 새 시빗거리를 찾으려 할 때만 귀를 기울였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가 ‘감정적’으로 행동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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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27일 백악관에서 악수를 하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전 총리(좌)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우).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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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인은 2017년 취임 후 백악관 집무실을 처음 방문한 메르켈 전 총리의 악수 요청도 무시할 정도로 적대감을 보였다. 메르켈 전 총리는 약 두 달 뒤 “누군가를 전적으로 의지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고 선언해 트럼프 당선인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후 둘은 ‘앙숙’이라 불릴 정도로 국제사회의 주요 사안마다 부딪혔다.

메르켈 전 총리는 회고록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깊은 관심을 숨기지 않았다면서 “푸틴에 상당히 매료된 상태라는 게 분명했다”고 전했다. 이어 “시간이 흐르면서 트럼프는 전제적이고 독재적인 지도자들에게 끌린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메르켈 전 총리는 2017년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한 트럼프 당선인을 설득하기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조언을 구한 일화도 소개했다. 트럼프 당선인 이름을 거론하지 않은 채 ‘정말 중요한 사람과 근본적 견해차가 있을 때 어떻게 해결하나’라고 묻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굽히고, 굽히고, 굽혀라. 그러나 부러질 정도로 굽히진 말아라”고 답했다고 한다. 메르켈 전 총리는 교황의 조언대로 파리기후협약을 둘러싼 트럼프 당선인과의 갈등을 해결하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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