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 기조연설에서 AI 가속기 '블랙웰'을 선보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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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반도체 선두주자로 초고속 질주를 이어온 엔비디아가 올 3분기에도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 4분기부터 출하를 시작한 차세대 AI 칩 ‘블랙웰’을 기점으로 현재의 성장 속도를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 엔비디아의 3분기 실적과 함께 4분기 실적 전망이 발표되자 주가는 장외에서 하락세를 나타냈다. 설계 변경과 보완, 생산 공정 변경 등의 문제로 당초 올 2분기에서 올 4분기로 밀린 블랙웰은 연내 일부 출하될 예정이지만, 주력 제품으로 자리 잡는 시점은 내년 중반으로 관측된다.
◇ 전년比 매출 94% 급증… 4분기 전망치는 시장 기대 못미쳐
엔비디아는 20일(현지시각) 올 3분기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94% 증가한 350억8000만달러(약 49조원), 순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106% 급증한 193억달러(약 27조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주당 순이익은 0.81달러로 집계됐다. 매출은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월가 예상치 331억6000만달러(약 46조원)를 웃돌고, 주당 순이익도 예상치(0.75달러)를 상회했다.
다만 엔비디아는 올 4분기 매출을 약 375억달러(약 52조원)로 전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371억달러(약 51조원)를 웃도는 수치다. 그러나 일부 예상치가 410억달러(약 57조원)에 이르렀던 점을 감안하면 시장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의 기대는 AI 열기가 현실을 앞서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올해 내내 엔비디아의 주력 AI 칩은 공급 부족에 시달렸고, 블랙웰은 제조 문제로 출시가 지연됐다.
엔비디아는 블랙웰 생산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으며,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출하를 시작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블랙웰은 ‘완전 생산’ 상태에 있다”며 “향후 수 분기 동안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채무책임자(CFO)는 “블랙웰의 생산 수율을 개선하기 위해 마스크 변경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며 “블랙웰 칩은 현재 본격적인 생산 단계에 있으며, 3분기에 1만3000개의 샘플이 모든 주요 파트너에게 배송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블랙웰의 수요는 어마어마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블랙웰의 대량 양산에 대해서는 다소 보수적인 입장을 보였다. 변경된 블랙웰의 설계, 제조 프로세스와 발열 등의 이슈를 보완하는 과정에서 제품 출하량을 급격하게 확대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로 읽힌다. 크레스 CFO는 “4분기부터는 기존 호퍼와 새로운 블랙웰 시스템을 모두 출하할 계획이지만, 두 시스템 모두 일부 공급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블랙웰이 기존 주력 제품인 호퍼 그래픽처리장치(GPU) 비중을 넘어서는 시기를 내년 4월 이후로 전망했다.
◇ 차세대 AI 칩 출시·비용 증가… ”AI 산업 성장 속도에 제동”
엔비디아 투자사인 인듀어런스 캐피털의 데이비드 리더먼 매니저는 “블랙웰은 AI 컴퓨팅에 중요한 변곡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상징적인 제품인 동시에 이 제품을 생산하는 데 있어 데이터센터의 설계와 칩의 설치, 성능을 구현하는 과정이 고도로 복잡해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의 AI 칩 출시 주기가 길어지고 더 많은 비용을 요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리서치 업체 이마케터의 제이콥 본 연구원도 “시장은 여전히 블랙웰 생산 확대 문제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엔비디아가) 실수할 여유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테크날리시스 리서치의 밥 오도넬 연구원도 “공급망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소문이 시장에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엔비디아 실적 발표 이후 비슷한 우려를 드러냈다. NYT는 최근 젠슨 황 CEO 발언을 인용해 “컴퓨팅 산업은 AI의 등장 이후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생산하던 기존 산업에서 벗어나 인공지능 그 자체를 제조하는 산업으로 진화하며 (복잡성과 비용 증가라는) 중대한 문제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시장의 우려를 의식한 듯 엔비디아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연간 로드맵을 지켜나가는 동시에 AI 전반의 운영 비용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황 CEO는 “회사는 AI 훈련과 추론 비용을 낮춰 더 많은 사람들이 AI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회사의 운영 기반인 연간 로드맵을 토대로 타제품보다 높은 전력당 성능을 제공해 고객들이 최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엔지니어링 작업은 더 복잡해지고 있지만 연간 계획 리듬은 엔비디아에 매우 중요하며, 이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예정”이라며 “모든 것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엔비디아는 올해 블랙웰을 처음 공개하며 빠르면 올 2분기 해당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자체 생산 과정에서 결함이 발견돼 출시 시기가 당초 예정보다 최소 3개월 이상 지연됐다. 이후 엔비디아도 일부 설계 오류를 인정하며 지난 8월 실적 발표 당시 블랙웰 공급을 4분기로 미뤘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는 연내 공급이 가능하지만 주력 제품으로 자리매김하는 시기를 내년 4월 이후로 언급했다.
황민규 기자(durchman@chosunbiz.com);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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